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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에 개봉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는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2012년 여름 그리고 2014년 봄,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영화가 된다는 기사를 접하고 엄청 기대했었다. 책에서 보여줬던 그렇고 그런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다 보여줄까? 그리고 은밀한 공간, 오락실은 대체 어떤 곳일까? 더불어 그레이와 아나스타샤는 누가 될 것인가? 2015년 2월이 됐고, 기다리던 영화가 개봉을 했지만, 영화관에 갈 수 없었다.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광고카피 때문이었다. '엄마들의 러브 판타지'처럼 쫌 로맨틱하게 했으면, 당당하게 영화관에 갔을텐데 포르노라니, 대놓고 IPTV용입니다라고 광고하는거 같아서 그래서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다보니, 올레TV 8월 무료 영화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있다. '아싸~ 당장 보자 보자 보자'



그레이가 싫어하는 행동, 아랫입술 깨물기. 아무래도 무언가가 연상되서 그런거겠지. 원작에 충실하고 있는 영화포스터다. 만약 내가 남자 앞에서 이렇게 한다면, 아마도 "너 뭐 묻었니?"라고 물어보겠지.


책도 3부작, 영화도 3부작으로 나온단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영화는 김빠진 맥주 같았다. 갈 길이 먼데, 자꾸만 쉬었다 가자고 하는거 같아 보는 내내 살짝 답답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야, 3부작임을 알았다. 2편인 50가지 그림자 심연 개봉일은 2017년 2월 10일이며, 3편인 50가지 그림자 해방은 2018년 2월 9일 나올 예정이란다. 해리포터도 기다리기 힘들었는데, 그레이도 기다려야 하는구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영화 속 도시가 시애틀이고, 그들은 늘 잘 못잔다. 아니 잘 수 없다. 재벌에, 잘생겼고, 좋은 집에 살고, 주차장에 있는 차가 모두 본인 소유인 이 남자, 피아노도 칠 줄 안다. 정말 못하는게 없는 남자다. 그런 남자가 왜 여자를 그저 성의 노예로만 생각하는지, 이유를 알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 나도 침묵.



책을 읽으면서, 그레이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다. 솔직히 제이미 도넌은 아니었다. 좀더 시크하면서 늪같은 짙은 회색 눈을 원했는데, 뭐랄까 좀 가벼운 느낌이다. 나름 무게를 잡으려고 엄청 노력을 하는데, 그 노력이 참 가상하다. 아직은 1부이고 워밍업이니깐, 2부는 조금더 소설 속 그레이의 모습으로 와줬으면 좋겠다. 잔근육이 많은 강하지만, 슬픔을 숨기고 있는 회색빛 남자로 말이다. 



아나스타샤, 원작과 달리 너무 건강하다. 소설에서 보였던 그녀는 가냘프고 여린 여자였다. 돈은 없지만, 공부를 잘했고, 똑똑했고, 강한 남자 앞이지만,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전달하는 은근 강한 여자였다. 영화 속 아나는 우선 너무 건강해 보인다. 그리고 똑똑하고, 자기 주장은 뚜렷하지만, 이질감이 든다. 다코타 존슨이 아나스타샤를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배우이니깐 연기하는게 맞는데, 학예회를 준비하는 초등학생 같은 느낌이다. 



(출처 - 다음영화)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그들과 영화 속 그들이 너무 다르다. 영화 속 그들에게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나올 모든 시리즈를 다 봐야 할 듯 싶다. 그런데 진짜 다 볼 자신은 없다. 이번처럼 무료로 보여준다면 모를까?!


솔직히 배우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영화로 나온다고 했을때, 궁금증이 드디어 풀리는구나 했다. 디테일한 묘사가 대단한 책이지만, 솔직히 묘사는 묘사일뿐 상상이 안되는 것들이 있었다. 그중 첫번째는 그레이가 은밀한 작업(?)을 하는 오락실이다. 강렬한 레드 침대만 떠오를뿐, 나머지는 도저히 상상이 안됐다. 그냥 본 적도 없는 작업에 필요한 장비들로 가득찬 곳이구나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드디어 그 궁금증이 풀리는구나 했는데, 뭐랄까? 많은 것들이 빠진 느낌이다. 수갑과 채찍만 가득할뿐, 나머지는 분명 더한 장비들이 있을텐데, 보이는건 약한 장비들 뿐이다. 그래도 오락실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으니 됐다. 


그리고 또 하나, 그들의 은밀한 액션이다. 그런데 솔직히 기대 안했다. 진짜 포르노라면 소설 그대로 다 보여주겠지만, 이건 영화다. 어느정도 가위질은 들어가겠구나 했는데, 역시 엄청난 가위질이다. 자체 심의를 이렇게 잘 하다니, 그럴 줄 알고 봤지만 소설 속 내용을 알기에 살짝 섭섭했다. 1부는 워밍업이니깐, 2부는 좀더 찐해질 수 있을까? 아니, 전혀 그렇지 않을거 같다. 아마도 2부는 주인과 노예에서 사랑으로 관계가 변하기 시작할테고, 드디어 그들을 괴롭히는 로빈슨 부인과 악당도 등장할 거 같다. 더불어 그레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는 아마도 3부에서 밝혀질거 같다. 


결과를 다 알고, 소설보다 디테일이 한참 떨어진 영화을 기다리면서까지 남은 시리즈를 볼 자신은 없다. 개인적으로 봤을때,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원작을 뛰어 넘을 수는 없을거 같다. 원작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디테일과 묘사는 도저히 영화로 다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감독판이 나온다면 모를까? 원작을 뛰어 넘고 싶어도, 안되는 영화도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바로 그것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015)

Fifty Shades of Grey 
6.3
감독
샘 테일러-존슨
출연
제이미 도넌, 다코타 존슨, 제니퍼 엘, 일로이즈 멈포드, 빅터 라수크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25 분 | 2015-02-25
글쓴이 평점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원작이 궁금하다면...

2014/03/06 - [책] 그레이의 50가지 해방 1, 2 -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

2012/08/27 - [책] E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1, 2 : 그레이의 50가지 심연 1, 2 – 성에 대한 리얼한 묘사 오~ 놀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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