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과 비슷한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임진각 평화누리, 캐논 400D)
새해가 되면 토종비결을 봅니다. 잡지나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 별자리 운세도 봅니다. 타로카드는 전용 앱을 통해 사랑, 돈, 일에 대해 알아보곤 합니다. 좋다고 나오면 괜스레 기분이 좋고, 나쁘다고 나오면 조심해야겠구나 하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정확히 암기를 해두었다가, 피하거나 조심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심심풀이 또는 재미 삼아 보는 일종의 오락 같은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점이라는 걸, 단순히 오락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겁도 없이 일명 용하다고 소문난 보살, 도사로 불리는 '신점(神占)'을 한번도 아닌 3번씩이나 봤습니다. 그 시작은 이렇습니다. 회사 일로 인해 며칠 동안 답이 안 나오는 고민을 하던 어느 날, "완전 족집게 보살님이 있는데, 가볼래. 진짜 완전 용하니깐" 또다시 며칠을 고민해도 혼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어, 용하다는 그분을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도저히 못갈거 같아, 소개해준 친구와 함께 압구정에서 의정부까지 먼 여정을 떠났죠.
용하다고 소문난 분들은 왜이리 먼 곳에 있는지, 가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리더군요. 의정부까지 가면서 '주변에 도봉산, 북한산 등 산들이 많으니깐, 신(?)들도 많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왠지 모를 신뢰가 생기더라구요. 저에게 신점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모습들이 전부였습니다. 연지곤지 같은 분장에 가까운 진한 화장을 하고, 벽면에 무섭게 생긴 그림들이 잔뜩 있으며, 들어가자 마자 무섭게 쳐다보면서 왜 왔는지 반말로 말하는, 아니면 애기 목소리를 내면서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그런 모습들 말입니다.
의정부에서 그분이 계신 그 곳까지 가는데 무섭더라고요. 가면서 '괜히 온거 아닌가? 그냥 친구만 보고 나는 그냥 나와야지'라고 생각하니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더군요. 입구부터 사람을 무섭게 만들거라 생각했는데, 도착해 보니 그냥 평범한 가정집이네요. 초인종을 누르고 얼마 후, 그냥 이웃집 동네 아줌마가 나왔습니다. 혹시, 저분은 비서(?)인가 했는데, 바로 그분이 그분이더군요. 완전 이모 같은 푸근한 인상에 화장기 하나 없는 외모였거든요. '저런 분이 족집게라고, 그래도 무서운 거보다는 낫겠지'라고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외모는 달랐지만, 방의 모습은 드라마와 영화처럼 되어 있겠지. 그분이 앉은 뒤에는 분명 무서운 그림이 잔뜩 있을거야 했는데, 그림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앉은 방향이 다르더라고요. 제가 그 무서운 그림을 등지고 앉았거든요. 원래 여기는 그렇게 앉는다고 하더라고요. 들어갈때는 봤던 그림이 막상 그분과의 대화(?)에서는 보이지 않으니, 무서움도 덜하고 나름 고객을 생각하는 괜찮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어떻게 왔지?"
'아니, 앉자마자 미리 너 이것 땜에 왔구나 해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 "저 이래저래해서 왔어요"라고 간단히 물어봐야 할 내용을 말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절 쳐다보더니, "조상 중에 허리 구부러진 분 있지? 그래서 네가 허리가 많이 아픈거야"
분위기에 눌려서 "어 맞아요, 있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조상 중 허리 구부러진 분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요? 사과나무 심었냐고 물어보는 거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런 이성적인 판단을 못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40여분 동안 저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말씀해주더군요. 전생까지 말입니다. 메모하는 버릇이 있던 편이라, 양해를 구하고 그분의 말씀을 놓치지 않고 필기를 했답니다. 필기하는 저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끼셨는지, 첨에 살짝 어색해 하더군요.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기에, 두고두고 잊지 않고 기억해야될거 같았거든요.
대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오는 지하철에서 메모한 내용들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기대를 하고 가긴 했지만, 거기서 나온 말들은 다 그 동안 저도 알고 있던 내용으로, '이것만 고치면 나 잘한텐데, 내게 이런 점은 좋지만, 이런 점은 안 좋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게 문제고, 그전에 이걸 고쳤으면 더 좋았을텐데'하면서 제 스스로 생각한 저의 문제들이 나열되어 있더군요.
결론적으로 딱히 얻을만한 수확이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말한 저의 진로는 절대로 저와 맞지 않은 방향이었고, 결혼에 대한 내용(그때 알려준 나이를 지났는데, 여전히 싱글)까지 굳이 그 멀리까지 가서 볼 필요가 있었는지 하는 허무감이 들더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방에 있을 때, 무슨 말만하면 맞아요 맞아 하면서 물개박수는 아니더라도 완전 믿어버린 제가 참 신기했었습니다.
다시는 안보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몇 년 후 제 용량을 초과하는 일들이 물밑 듯이 들어온 순간이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답을 찾을 수 없을때, 또다시 악마의(?) 손길이 오더군요. "애기동자가 온 분으로 완전 용하대" 역시 한번은 어렵지 두번은 쉽네요. 먼 의정부도 아니고, 서울 강남 부근에 있는 오피스텔이 바로 두번째 만난 그분의 그 곳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혼자 갔습니다. 젊은 남자분이 저를 반겨주더군요. 그리고 들어간 그 곳은, 향 내음이 가득했던 곳으로, 의정부의 그곳이 조선시대 점집이라면, 여기는 최신 시설을 갖춘 신세대 점집이더라고요. 식탁 테이블 같은 곳에 마주 앉았습니다. 역시나 양해를 구하고 전 수첩을 꺼냈는데, 그분도 A4용지 몇 장을 꺼내시더군요.
역시나 어떻게 왔는지, 저의 간단한 소개(?)를 하고 나니, 갑자기 알아 보지 못하는 글씨를 한참동안 종이에 적더니, 말씀을 시작하시더라고요.
"이래저래해서 이렇고, 저래이래해서 그건 안돼. 그런데 걱정 마 몇 년 지나면 완전 좋아져"
"현재 제 문제는요"
"음, 별루 안 좋네. 그런데 몇 년(정확한 나이를 말했지만, 이렇게 표현하겠습니다) 지나면 완전 좋아져. 걱정하지마"
괜히 왔구나 했죠. 이럴 줄 알면서도 또 왔네 했어요. 말씀이 끝나고, 그냥 궁금한 점이 있다고 해서 저 글씨는 뭐냐고 물어보니, 그건 자기와 자기가 모시는 신과의 대화라고 하더라고요. 봐주는 사람에 따라 글씨가 많이 달라지는데, 그나마 저는 많이 나쁘지 않아 글씨체가 정갈한 편이라고 하네요. 어떤 사람은 완전 날카로운 글씨로 나온다고 덧붙이더라고요.
'이젠 다시는 안 해, 진짜 이 돈으로 술이나 마실걸. 괜한 뻘 짓을 했어'라고 다짐을 했지만, 또 같은 실수를 하게 되네요. 가장 최근의 일로, 솔직히 올해였어요. 올 봄, 이번에도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서였죠. 특이한 점은, 지정된 공간 없이 점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곳으로 출장(?)을 온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한 명은 안되고 3~5명 정도 사람을 모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말씀을 듣고 싶은 사람이 제 주변에도 많은지 정말 몇 번의 통화로 멤버가 정해졌고, 그리고 그날이 왔습니다.
혼자 살고 있는 일행의 집으로 온 그분은, 앉자마자 이름과 생일만 물어본 후, 말씀을 시작하더군요. 첨에 공자왈, 맹자왈 같은 어려운 말을 하더니 숨 돌릴 틈도 없이 저에 대해서 알려주네요. 이번에는 쓰지 않고, 아이폰 메모장에다 말씀을 적었습니다.
"당신은 공산당 앞에서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한 사람이군. 그래서 말인데, 너무 강하게만 가지 말고 현실에 타협하면서 살아. 그리고 시간이 되면 여행을 많이 다녀, 그래야 더 좋아져(많은 부분 생략, 개인적인 문제가 많아서요)"
"아 그런가요."
처음과 두번째 내용은 오래전 일이라, 메모한 내용을 볼 필요가 없지만, 마지막 그분의 말씀은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거 같아, 지켜보려고요. 정말, 말씀대로 잘 되는지 말입니다.
앞의 두 분은 신을 모시는 분이었고, 최근에 만난 도사라는 그 분은 홀로 역학을 공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려운 말로 시작했나 봅니다. 삼세번이라 하더니, 3번 만에 점에 대한 저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더군요. 결국, 획기적인 답을 얻을 수는 없고, 알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한번 들어본 것뿐이더라고요. 외국 영화를 보면 정신과 상담을 제 집 드나들 듯 편하게 하지만, 우리의 실정상 답답하고 힘들 때 정신과 상담을 받긴 어렵잖아요. 아마도 그럴 때 찾게 되는 게 바로 이 곳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답답함에 점을 보러 간 것보다는 심리 테스트 혹은 생판 모르는 남에게 나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고 싶었나 봅니다. 비밀유지가 되니깐요. 더불어 이분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말해주지 않아도 아~하면 나머지를 다 알고 계시는 거처럼 보이니, 말하기가 훨씬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한가위 보름달(iphone5)
앞으로 제 용량을 초과하는 고민이 생길 때, 그때 또 가게 될지 안 가게 될지 지금은 확정을 짓지 못하겠네요. 아마도 '또 속는셈 치고 한번 볼까?' 이럴 수 있을거 같아서요. 아니면 그냥 달님에게 빌어볼까요?
다음 메인 페이지에 제 글이 올라와 있네요.(20140924)
아침부터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보이더니, 역시 다 이유가 있었네요.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에겐 첨있는 일이라, 기념으로 캡쳐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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