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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으로 오기도 하고, 기름을 먹고 오기도 하고, 계란옷을 입고 오기도 하고, 담백한 국물이 되어 오기도 하고, 떡이나 매생이와 함께 오기도 한다. 어떤 모습이 되어 와도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결코 싫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유빛깔이 되어 왔다. 석화찜, 너를 어찌 싫어할 수 있을까? 오류동에 있는 계절별미다.



2년 전부터 알고 있던 곳인데,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제야 왔다. 원래는 수산시장에서 석화를 사다가, 집에서 쪄먹을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엄청난 쓰레기를 처리하기 귀찮다는 분이 있어, 냉큼 오류동에 석화찜을 하는 곳이 있다고 말을 했다. 검색을 해서 사진을 보여드리니, 오케바리 사인이 떨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새해 첫날이었기에, 혹시 영업을 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인터넷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간다. 신호만 간다. 받지 않는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 먹을 수 있기에, 오류동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그냥 가보자고 했다. 영업시간은 4시부터라는데, 3분전에 도착을 했다. 근데 느낌이 거시기(?)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손잡이를 잡았는데 문이 잠겨있다. 설마 설마했는데, 아무래도 쉬는 날인가 보다. 그래도 얇디얇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현수막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010-9037-4848, 일반 번호는 연결이 안되서)로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간다. 그리고 잠시 후, "여보세요." 지금 식당 문 앞에 있는데, 영업을 안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준비 중이라 문을 닫았단다. 컴컴했던 내부가 환해지면서 주인장이 나왔고 문이 열렸다. 아싸~ 드디어 석화찜을 먹는다.



우리는 차를 갖고 갔지만, 지하철 1호선 오류역 2번 출구로 나와 길을 건너면 계절별미가 보인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던 중, 통영에서 올라온 아이스박스, 저 안에는 분명히 석화가 있을 것이다.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주방이 위에 있어서 아래가 아니라 위부터 앉으란다. 처음에는 난방이 안되어 있어 무지 추웠는데, 석화가 익어가면서 내는 열기로 인해 곧 후끈해졌다. 유명한 곳답게 5시도 안됐는데, 어느새 5테이블이 채워졌다. 사진만 보면 내부가 무지 작은 거 같은데, 왼편으로 5~7개 테이블이 더 있다.



메뉴는 참 다양하지만, 가장 첫번째에 있는 굴찜(35,000원)을 주문했다. 4명이라서, 2개를 달라고 하니 주인장 왈, "생각보다 양이 많고, 먹다보면 물린다. 우선 하나만 먹고 추가 주문을 하는게 좋다." 그렇다면, "석화찜 하나 주세요."



저 넓은 불판이 곧 있으면 석화로 꽉 차게 된다. 기본찬은 무생채와 알배추 그리고 쌈잠과 고추, 마늘이 나왔다. 특히하게 수저와 함께 왕돈까스 먹을때 사용하는 나이트가 함께 나온다. 그 이유는 잠시후에...



오호~ 양이 많다고 하더니, 정말 많다. 잠시만요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따가 익은 후에 찍어야 좋다면서 바로 뚜껑을 덮고, 불을 켰다.



굴이 찜이 되는 동안, 미역국과 꼬막 그리고 석화가 나왔다. 



찜도 좋아하지만, 생도 좋아한다. 크기도 오동통하고, 뽀얀 우유빛깔이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신선한 굴이라면, 초장같은 양념이 필요치 않다. 석화가 품고 있는 바다향 물씬 나는 짭쪼름한 맛만 있으면 된다. 씹을 필요가 없는데, 워낙 크다보니, 두어번 씹어 조각만 냈다. 그리고는 물을 마시는 거처럼 꿀꺽 넘기면 된다. 목넘김조차 무지 부드럽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으나, 사진찍은 시간을 봤을때 대략적으로 15분 정도 걸린 거 같다. 굴찜이라고 해서, 어느정도 익으면 불을 약하게 해놓고 먹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주인장 왈, "굴찜을 맛나게 먹으려면, 껍질이 닫혀있는 녀석을 공략해야 한다. 석화는 입을 벌리고 있는 것보다(왼쪽), 안 벌리고 있는게(오른쪽) 더 맛나다." 불을 줄여서 계속 익히는게 아니라, 뚜껑을 열기 전에 불은 완전히 끈다. 먹다보면 물리다고 했던 이유가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거 같다. 불을 끈 상태니, 굴찜은 서서히 식어가는 중일 것이다. 처음처럼 뜨끈함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스피드가 생명이다. 즉, 빨리 먹어야 한다. 친구나 연인이 아니라 가족과 오니, 굳이 말할 필요 없이 먹는데 집중할 수 있어 좋다. 굴찜이 물리기 전에 다 먹어버릴테다.


그런데 석화는 원래 이런 모양인가? 조개찜을 먹을때는 각각의 조개가 따로 떨어져 있는데, 석화는 앞뒤옆으로 해서 서로서로 붙어있다. 물론 떨어져있는 것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붙어있고, 입도 벌리지 않고 있어 살짝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먹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입이 벌어져 있으니, 바로 껍질을 제거하면 된다. 뽀안 속살이 짜잔~ 우유빛깔이 확실하다. 아까 날로 먹었을때와 동일하게 초장따위 필요치 않다. 워낙 선도가 좋으니, 굳이 초장이나 마늘, 고추를 더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쫄깃한 관자는 숟가락으로 살살 떼어낸 후, 입에 대고 후루룩 마시듯 먹으면 된다.



왼손은 비닐장갑과 목장갑을 끼고, 오른손은 돈가스용 나이프를 든다. 지뢰대 원리를 이용해 살짝 벌어진 곳에 칼을 넣고, 벌려야 한다. 



그럼, 석화는 물론 국물까지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어지지 않은 탓에 수분감 가득이다. 생으로 먹을때 굴 특유의 풍미로 인해 못먹는다면, 찜을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굴에서 맛볼 수 없었던 구수함에, 물컹한 식감은 노~  엄청 탱글탱글하다.



그저 촬영용 연출일 뿐이다. 절대 이렇게 먹지 않는다. 



초장과 배추에 이어 쌈장 그리고 마늘까지, 역시나 촬영용이다. 



왼쪽 위에 보이는 초장, 당연히 필요한 줄 알고 담았다. 허나 석화가 워낙 좋아서, ONLY 석화만 먹었다. 우유를 먹으면 바로 배탈이 나는데, 유윳빛깔 석화는 아무리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 굴을 바다의 우유하고 하던데, 흰우유대신 석화나 먹어야겠다.



그 많던 굴찜은 누가 다 먹었을까?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양은 그릇 속에는 초란으로 의심되는 작은 계란이 인원수대로 들어 있다. 우선 남아 있는 석화부터 다 해치우고, 삶은계란은 디저트로 먹기로 했다. 



몇분의 시간이 흐른 후, 모든 굴찜을 다 해치웠다. 정말 하얗게 불태웠다. 굴만 먹고 배가 부를까 했는데, 다 먹고 나니 든든하다. 4명 중 2명만 굴 킬러인데, 아무래도 남은 2명의 배려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거 같다. 고소한 삶은계란으로 입가심을 하고, 우유빛깔 석화찜과 헤어졌다.



와우~ 퍼펙트하다. 테이블 밑에 있는 커다란 쓰레기통에 굴껍질이 하나 가득 들어있는 건 안 비밀이다. 그나저나 이쑤시개가 왜 필요할까 했는데, 굴 관자가 워낙 쫄깃하다보니 치아 사이에 그 흔적이 남아 있게 된다. 



곧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메뉴도 맛보고 싶었으나, 여기 오기 전에 엄청 많은 만두를 빚고 왔고, 굴을 그닥 좋아하지 않은 2명은 만두 킬러다. 이번에는 굴 킬러가 배려를 할 차례다. 그래도 먹고 싶었던 굴찜을 먹었으니,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굴 시즌이 끝나기 전에 다시 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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