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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3~4번 정도 갔는데, 갈때마다 놓친 음식이 있다. 이번에는 꼭 먹어야지 했다가, 어김없이 지나쳐 온 그 음식을 만나러, 대전으로 향했다. 푸짐하게 담아져 나온 음식을 앞에 두고, 코가 먼저 먹기 시작했다. 들기름 향이 솔솔~ 집에서 자주 먹고 있는 두부조림과는 확연히 다른 별난집의 두부두루치기다.



벌써 작년이다. 12월의 마지막 날, 기차여행을 떠났다. 잠시 짬을 낸 거라, 멀리 갈 형편이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가까운 곳은 여행 느낌이 나지 않으니, 서울에서 KTX를 타고 한시간이면 가는 곳, 대전역에 왔다. 겨울이니 찬바람이 얼굴을 마구 강타하고 있지만, 추위보다는 배고픔이 더 크게 왔다. 왜냐하면 아침을 굶었으니깐. 대전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그 곳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대전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두부두루치기를 먹으려고 왔다. 원래는 여기가 아니라, 복수분식에 가려고 했다. 방송에 나온 곳을 딱히 믿는 건 아닌데, 영자 언니가 소개한 곳은 왠지 다를 거 같아서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은 정기휴일이란다. 복수분식은 대전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하지만, 별난집은 걸어서 갈 수 있다. 다음 코스는 성심당이기에, 가까운 별난집으로 향했다. 



메뉴는 두부두루치기와 녹두지짐 뿐이다. 즉, 뭘 먹어야 할지 고민따위는 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여럿이 왔으면, 다 주문했을테지만, 혼자왔으니 다른 선택은 없다. 막걸리가 살짝 끌리긴 하지만, 낮술을 하기에 너무 이른 시간(정오)이니, 밥만 먹기로 했다.



들어가자마자, 노포의 느낌이 물씬 났다. 테이블부터 의자까지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다. 밖에 있는 간판은 30년, 벽에는 35년, 뭐가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30년은 넘은 거 같다. 혼자 왔다고 하니, 카운터에 앉아 있는 할머니 주인장께서 혼자 와서 먹어도 된다, 요즈음 혼자 먹는거 대단한 일 아니다 등등 순식간에 많은 말씀을 하셨다. 긴 테이블로 되어 있어, 사람이 많을 경우 혼밥하기 참 난감하겠구나 했는데, 손님이 별로 없어서 물병이 있는 테이블을 혼자 독차지했다.



주문을 하면, 밥솥에서 밥을 바로 담아서 준다. 참, 사진은 양해를 구하고 찍었다. 



헉~ 여기는 42년 전통이란다. 대관절 30, 35, 42년 뭐가 맞을까? 물어볼까 했지만, 짧은 질문 후 긴 대답이 올 거 같아서 관뒀다. 왜냐하면 배가 고프니깐. "두부두루치기(14,000원) 주세요."



기본찬은 김치와 단무지다. 왜 단무지일까 했는데, 메인이 나온 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두둥~ 두부두루치기가 나왔다. 가격을 보고, 살짝 당황을 했는데 푸짐하게 담겨 나온 두부두루치기를 보니, 살짝 수긍이 됐다. 확실히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다. 밥은 따로 주문을 해야 하는데, 혼자 왔다고 특별히 서비스로 줬다. 하얀 흰쌀밥 위에 빨간 두부 한점, 어떤 맛일지 벌써부터 상상이 된다. 



빨간맛이지만, 생각보다 그리 맵지 않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화끈 달아 오를 정도의 매운맛은 아니고 칼칼한 정도다. 두부두루치기이지만, 고기가 없을까 살짝 살펴봤는데 고기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국물에 기름이 동동 떠있다. 이게 뭔가 했는데, 맛을 보기도 전에 맞혔다. 코가 먼저 정체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고소보다는 구수한 향이 나는 들기름이다. 



두부를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거래하는 곳에서 받아서 사용한다고 한다. 마트에서 파는 두부와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두부부심이 굉장했다. 하긴 메인이 두부이니, 풀0원같은 마트 두부로 만든다면 경쟁력이 없었을 것이다.



메뉴판에 나와있지는 않지만, 사리추가가 있다. 하지만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당면과 우동면이 처음부터 들어 있으니깐. 두부가 메인이지만, 가장 먼저 당면에 손이 갔다. 빨간 양념을 있는 힘껏 흡수한 당면, 맛이 없으면 반칙이다. 여럿이 왔다면, 당면사리 추가는 필수로 했을 것이다. 



일반 우동면에 비해 얇은 우동면이다. 당면에 비해 양념을 힘껏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노력의 흔적은 보인다. 두부를 먹어야 하는데, 자꾸만 면에 손길이 간다. 



면을 포기할 수 없으니, 이렇게 삼합으로 먹었다. 당면과 우동 그리고 두부, 같은 양념옷을 입고 있지만 식감이 다르니 재밌다. 부드러운 두부에서 탱글탱글한 우동면 그리고 쫄깃한 당면의 조화가 참 좋다.



이제는 밥이 나설 차례다. 면은 잠시 두고, 두부를 집중 공락하기로 했다. 하얀 흰쌀밥 위에 두부 한점 그리고 양념 국물 살짝 휘리릭~ 들기름때문일까? 아니면 이집만의 다른 비법때문일까? 엄마표 두부조림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하긴 엄마표는 간장이 베이스인데, 별난집은 빨간양념이니 다르긴 다르다. 



고등어 조림을 먹을때 하얀 속살이 살아있듯, 두부두루치기의 두부 역시 겉표면과 달리, 속은 두부 고유의 하얀색이 살아있다. 즉, 양념이 속까지 침투하지 않았다. 면을 먹을때는 좀 짜구나 했는데, 두부를 먹으니 짠맛이 확 사라졌다. 


그런데 육고기나 물고기 중 하나가 더 들어있음 참 좋을 거 같은데, 살짝 허전한 맘이 들어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할머니께서는 이렇게 답했다. 낮에는 밥반찬이지만, 밤에는 술안주로 나간다. 예전에는 오징어나 돼지고기, 소고기를 넣어봤다. 술안주라서 대체적으로 천천히 먹게 되는데, 오징어를 넣으니 식은 후에 비린내가 나더라. 돼지고기는 식으니 뻣뻣해지고, 소고기는 식으니 허옇게 변하더라.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그냥 담백하게 두부만 넣어서 만든거다. 안해본 게 아니고, 다 해보고 최고를 선택한 거다. 그래서 들기름을 사용했고, 녹두전도 들기름으로 부친다. 


들기름으로 부친 녹두지짐이라, 나도 모르게 추가주문을 할뻔했다. 하지만, 두부두루치기를 다 먹지 못했기에 생각만했다. 배가 불러서 젓가락질 속도가 줄어들자, 할머니는 면은 그만 먹고 두부만 먹으라고 해서 그렇게 두부만 쏙 골라먹었다. 솔직히 혼자서 먹기에는 양이 많다. 결국 야무지게 먹지 못하고 남겼다. 적어도 셋이 가서, 두부두루치기에 녹두지짐 그리고 막걸리를 주문해서 먹으면 딱 좋을 거 같다. 그러므로 별난집은 혼자보다는 셋이상이 가야 한다. 그래야 다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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