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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여행의 시작은 닭갈비였으니, 마지막은 스테이크다. 규칙같은 건 없다. 그저 먹고 싶었을 뿐이다. 브레이크 타임으로 인해, 소양강 위를 거침없이(?) 걸어 준 후, 다시 육림고개를 찾았다. 겨울이 좋은 점은 해가 일찍 진다는 거다. 5시를 지나자, 서서히 어둠이 내려오고 어두워진 하늘은 작은 전구가 만들어낸 빛이 반짝이고 있다. 철들고 싶지 않은 어른이가 찾은 춘천에 있는 철든식탁이다.



육림고개는 확실히 낮보다는 밤에 와야 할 거 같다. 그리고 여름이나 봄보다는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가을과 겨울에 와야 더 좋을 듯 싶다. 그래야 더 운치있고 낭만적이니깐. 좀 전에 들린 곳이라고, 처음 왔을떄와 달리 익숙해졌다. 자주 오고 싶은 곳이긴 하나, 서울에서 춘천은 그리 가깝지가 않다. 



저녁 손님으로 1등이다.


5가지 메뉴가 있는데, 저걸 다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만큼 위대하지 못한 나의 장기가 참 밉다. 



철든식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리일 듯.


일등으로 왔으니, 마음대로 테이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혼자 왔지만, 즐기고 싶으니 창가석에 앉았다. 맞은편에 백팩을 앉게 했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내고 싶었다. 그러나 잠시 후 자리를 옮겼다. 이유는 주방을 볼 수 있는 바 테이블에 앉아서 고기 굽는 소리와 향을 맡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채살과 토시살 중 부드러운 부책살보다는 육즙이 가득한 토시살 스테이크(12,000원)를 주문했다. 



때마침 올레TV에서 소공녀를 하고 있어서, 영화를 보면서 혼밥을 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위스키를 마시고 싶었으나, 메뉴에 없으니 화이트와인 샤토 처럼이를 마셨다. 스테이크라고 해서 칼질을 하는구나 했는데, 찹스테이크처럼 잘라서 나왔다. 우아함은 나와 전혀 다른 세계이니, 그냥 막 먹으면 되겠다. 그나저나 스테이크가 주인공인데, 센터는 숙주나물이다.



미소 된장국과 스테이크소스, 단무지, 고추


불에 살짝 구운 양파, 피망 그리고 숙주나물.


개인적으로 미디엄레어를 좋아하지만, 굽기에 대해 따로 물어보지 않기에 그냥 기다렸다. 전반적으로 고기 굽기는 미디엄인 거 같다. 



고기만 단독으로 먹어도 되지만, 수북히 쌓인 숙주나물을 보니 아무래도 같이 먹어야하나보다. 와사비를 살짝 올려서, 아삭한 숙주와 함께 먹으니, 토시살이 품고 있는 육즙이 터지면서 숙주에 감긴다. 아삭함과 함께 꽉찬 육즙과 부드러운 육질까지 오전에 먹었던 닭갈비 맛이 생각이 안난다. 



양파는 불을 만나면 달달해진다. 양파가 주는 단맛과 스테이크, 이또한 잘 어울린다. 양파는 뭐가 됐든, 안 어울린 적이 없던 거 같다. 



대부분 공깃밥은 천원인데, 철든시탁은 500원이다. 양이 적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미리 푼 밥도 아니니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따끈따근 흰밥 위에 고기는, 스햄에게는 넘사벽일 것이다. 이 조합을 반대하는 누군가가 있을까 싶다. 



간장이 없으니 스테이크 소스를 이용해 고기초밥을 만들었다. 마늘후레이크를 올려 조금더 먹음직스럽게 만든 후, 사진을 찍고 바로 입안으로 보내버렸다. 



처음에는 밥공기에 고기를 올려서 먹었으나, 고기와 숙주나물이 사라지면서 나온 육즙과 채즙을 그냥 둘 수 없다. 남은 밥을 접시 위로 투하. 설거지가 필요없다는 말, 고스란히 실행에 옮겼다. 이날 못본 소공녀의 후반부는 지난 주말에 다시 봤다. 미소와 그녀의 친구들, 누가 더 행복할까? 그래도 집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 철들고 싶지 않은데 서서히 철이 들고 있는 중인가 보다. 영화 속 미소가 부럽긴 한데, 그녀처럼 살지는 못할 거 같다. 



청계천에서 하는 서울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은 아직 못갔지만, 춘천에서 충분히 즐기고 왔다. 굳이 사람 많은 곳을 갈 필요가 있을까 싶다. 조용한 육림고개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겼기 때문이다. 



디저트를 선호하지 않지만, 내심 궁금했던 곳이다. 철든식탁 바로 맞은편에 있는 구스타프 케이크다. 아까 낮에 왔을때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빵집 앞에 아무도 없었고, 오후 3시에 다시 오픈하다는 메시지만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되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매장 안은 사람들도 바글바글이다. 마카롱은 달아 달아 너무 달아서 좋아하지 않는데, 호기심이 단맛을 이겼다. 



여기가 빵집일까? 캐릭터 매장일까?


벌써 솔드아웃된 제품도 있고, 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유명한 집인 거 맞나보다. 마카롱에 대해 잘 몰라서, 주인장이 춘천한 아니 추천한 복숭아 품은 크림치즈(2,500원)를 골랐다. 과한 단맛은 없다고 했지만, 마카롱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많다보니 달랑 한개만 샀다. 



대신 호두 콕콕 브리우니(3,000원)를 샀다. 꾸덕한 브라우니가 아니라고 하고, 역시나 과한 단맛은 없다고 했다.  



더 놀고 싶은데, 어느새 춘천역에 도착을 했다. 여행은 설렘으로 시작했다가, 항상 아쉬움으로 끝난다. 그래서 반복을 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올해의 마지막 여행은 춘천, 아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어디로 가면 좋을지 설렘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디저트 타임은 서울가는 ITX-춘천 열차에서...


음... 과하지 않은 단맛은 인정. 그런데 동시에 여러개는 못 먹겠다. 과하지 않은데, 달긴 달다. 그런데 브라우니는 지금까지 먹었던 것중 으뜸이다. 우선 덕지덕지 초코가 발려져 있는 꾸덕한 브라우니가 아니다. 그렇다고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메마른 질감도 아니다. 브라우니는 당일이 아니라 3일 후에 먹었는데도, 카스테라같은 포근함이 있으면서 초코의 맛과 향은 살아 있다. 양도 은근 많아서 흑맥주와 함께 먹으니 참 좋았다. 마카롱은 모르지만, 브라우니는 재구매를 할 거 같다. 그래서 또 가고 싶다. 춘천!!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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