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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을 참고 또 참은 후에 마시는 맥주가 좋듯, 샤브샤브를 더 맛나게 먹기위해 아침부터 한없이 빗속을 걷고 또 걸었나보다. 펄펄 끓고 있는 육수에 신선한 채소가 한가득, 여기에 빨간 고기를 더하니 몸 속에 가득했던 냉기가 일순간 사라졌다. 쓱하고 올 거 같았던 감기는 아득히 먼 곳으로 굳바이~ 인천 구월동에 있는 아트랑 샤브구이 월남쌈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린 날. 안에 보다는 밖에 있던 시간이 많다보니, 우산을 들고 있었음에도 비를 다 맞았다. 많이 걸어야 해서 구두대신 운동화를 싣고 나왔는데, 하필이면 통기성이 좋은 여름 운동화다. 비가 그렇게 많이 올 줄 정말 몰랐다. 비가 내리니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고, 떨어진 낙엽이 하수구를 막는 바람에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처음에는 잘 피했지만, 결국 운동화는 비를 듬뿍 들이 마셨고, 양말까지 축축해졌다. 하는 수없이 근처에 있는 백화점으로 들어가, 운동화를 벗고 급 구입한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그저 신발 하나 바꿨을뿐인데, 중2병에 걸린 아이가 된 거 같다. 투덜투덜 세상 불만은 혼자 다 가진 듯, 그렇게 약속 장소로 갔다. 샤브구이 월남쌈인 줄 알았는데, 샤브 & 구이 월남쌈이다. 샤브샤브랑 고기구이 그리고 월남쌈을 먹을 수 있는 곳인가 보다. 



딱봐도, 가족 또는 단체 단위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 싶다. 밖에서도 봤지만, 공간이 업청 넓다. 그중 룸인데 룸같지 않은 곳(오른쪽)이 우리 자리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을 하니, 딱히 할 일이 없다. 미리 주문을 할 수도 없으니, 주변 탐색을 시작했다. 



오호~ 뷔페인가?


만두, 칼국수, 어묵, 쌀국수, 유부, 떡 등이 있는 탄수화물 코너


새싹채소, 양배추, 당근, 적양배추 등 월남쌈 코너


라이스 페이퍼는 여기


단호박, 청경채, 파, 알배추 등 채소 코너


다양한 버섯에 숙주나물까지


뷔페인듯, 뷔페아니, 무한리필이 가능한 곳이다. 배추랑 숙주랑 버섯, 다 먹어버릴테다. 탄수화물 코너에 파인애플이 있던데, 디저트가 아니라 월남쌈 용이었나보다. 적당히 먹으라는데 한번도 아니 먹었다는 사실, 왜냐하면 파인애플인 줄 지금 알았으니깐. 생뚱맞게 후르츠 칵테일이 왜 여기에 있지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을 끝냈다. 이제는 먹는 일만 남았다.



기본적인 상차림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처음에 나온 채소가 너무 적어서 곧바로 일어나 알배추와 숙주나물을 중심으로 3번 정도 잔뜩 퍼왔다. 요즈음 어느 모임에 가도 막내는 아닌데, 자리 선택을 잘못했던 것일까? 술이나 고기 추가는 벨을 누르면 직원이 가져다 주지만, 그외 다른 것들은 전부다 막내 책임이다. 그리하여 채소 리필 3번, 육수 추가 2번, 국수 한번, 어묵만 더 가져다 달라고 해서 또 한번, 7번을 왔다갔다 했다. 라이스페이퍼도 갖고 왔으니 총 8번이다. 오랜만에 막내가 되니, 참 힘들었다. 



샐러드와 월남쌈 채소(왼) / 죽 재료(오)


샤브샤브 육수(왼) / 라이스 페이퍼용 뜨거운 물(오)


고기 등장이오


우선 채소를 넣고 바글바글 끓인다. 그리고 고기 투하. 빨간 고기가 갈색으로 서서히 변해가면 먹을만큼 덜어와서 맛나게 먹으면 된다. 



남이 만들어 주는 월남쌈만 먹어봤지, 직접은 처음이다. 뜨거운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넣어두면, 흐느적흐느적 변해간다. 라이스페이퍼를 깔고, 샤브샤브 고기와 월남쌈용 채소를 넣고 잘 싸면 된다. 소스는 땅콩, 칠리 그리고 와사비 간장이다. 취향에 맞게 찍어 먹으면 된다. 그런데 상추쌈은 무지 잘하는데, 월남쌈은 겁나 낯설다. 라이스페이퍼는 말려서 잘 펴지지 않고, 내용물이 나오지 않게 잘 포개야 하는데 삐죽삐죽 나와 버린다. 해본 적이 없으니 촌티 좔좔이다. 



월남쌈은 가볍게 포기하고, 그냥 먹던데로 먹기로 했다. 진작에 이렇게 먹을걸. 고기는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고, 채소는 칠리소스에 찍어 먹고, 먹는 속도에 양까지 이제야 포만감이 느껴진다.



좋아하는 유부와 알배추 그리고 고기까지 폭풍흡입 중이다. 채소가 무한리필이니, 맘껏 먹을 수 있어 좋다. 요즘은 배추가 맛있을때라서, 고기보다는 배추를 더 많이 먹었던 거 같다. 샤브샤브는 이제 그만 먹어도 될때쯤, 바로 탄수화물 공격이 들어가야 한다. 



색색의 칼국수와 치즈 떡볶이떡과 그냥 떡 그리고 만두와 어묵을 넣고 또 팔팔 끓인다. 쌀국수는 칼국수를 다 먹은 후에 넣고 끓였는데, 아무래도 저 국물에는 쌀보다는 칼이 더 좋았던 거 같다. 칼은 탱탱하니 쫄깃했는데, 쌀은 좀 아니었다. 배추를 많이 넣어서 그런지, 국물이 시원하고 달달했다. 



죽은 가장 처음에 나왔지만, 가장 마지막에 먹어야 한다. 자박해진 국물에 밥과 계란을 넣고, 죽이 될때까지 쉬지말고 저어줘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누가 했느냐? 당연히 막내가 했다. 잘한다는 칭찬을 조미료 삼아, 끝까지 막내로서 도리를 다했다. 



느긋하게 차 한잔 마시고 싶었으나, 집에 갈 생각을 하니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더구나 슬리퍼를 신고, 지하철을 타야 할 생각을 하니 급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나마 다행은 같이 갈 일행이 있다. 혼자였다면 남들 시선땜에 뒷통수가 아팠을텐데, 함께 있으니 지하철 안에서 덜 부끄러웠다. 



직접 계산을 안해저 잘 모르지만, 월남쌈 샤브샤브(1인 13,800원)에 샤브고기를 추가해서 먹은 거 같다. 앞으로 샤브샤브를 먹는다면, 무한리필 코너가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 알배추와 청경채 그리고 숙주나물은 정말 좋았다. 날이 추워지니깐, 뜨끈한 국물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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