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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월미공원에는 월미문화관이 있다. 월미공원에서 월미를 가져온 거 같고, 문화관은 뭐지 했는데 전통문화와 궁중문화가 전시되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이곳만의 특징은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전시관이 아니라 입어보고, 만져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시관이다. 



한옥느낌 물씬나는 건물에서 유추를 했었어야 하는데, 이때만 해도 어떤 곳인지 전혀 짐작이 안됐다. 월미문화관은 2012년에 개관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인천을 대표하는 캐릭터 점박이 물범 친구들


월미문화관은 전통생활문화전시실과 궁중문화전시실로 되어 있다. 우리 전통문화가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떡하니 금줄이 처져있다. 시대극에서나 나올법한 금줄은 아이가 태어나면 대문에 치는 것으로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숯덩이와 빨간고추를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작은 생솔가지와 숯덩이를 줄에 꽂는다. 금줄을 처지게 치는 이유는 출입을 하지 말라는 의미였으며, 금줄을 보고 아들인지 딸인지 알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12개월이 지나, 첫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돌잔치를 한다. 태어난 아기의 앞날이 번영하기를 기원하는 우리의 고유 풍습이다. 돌잔치는 전통문화 중에서 지금도 많이하고 있으며, 빅이벤트는 단연코 돌잡이다. 떡을 잡으며 잘 먹고, 돈을 잡으면 부자가 되고, 공책이나 연필을 잡으면 재주가 있고 공부를 잘하고, 실을 잡으며 수명이 길다는 식으로 아이의 장래를 예측했다. 최근에는 마이크, 청진기, 판결봉 등 시대에 따라 돌잡이 물건은 다양해졌다. 



월미문화관은 단순히 보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혼례복을 입고, 초례상 앞에서 신랑, 신부로 되어 볼 수 있다. 상에 웬 닭이 있나 했는데, 수탉의 울음소리는 하루의 시작과 밝고 신선한 출발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악귀가 사라져 신혼부부에게 해를 입히지 말도록 해 달라는 의미도 있다. 암탉은 짐작대로 다산의 의미다. 



환갑(회갑) 잔치상이다. 요즘과 달리 옛날에는 60세까지 장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회갑을 맞이하는 일은 집안의 큰 경사였기에, 자손과 일가친적은 물론 이웃마을과 지인들까지 불러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효를 중요시 했던 시대였으니, 회갑잔치는 집안에서 가장 큰 행사였을 거 같다. 그만큼 음식도 돌이나 혼례에 비행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많다. 



궁중문화전시실


전통문화를 봤으니, 궁중문화를 볼 차례다. 경복궁이나 창덕궁에 갔다면, 임금님의 어좌에는 절대 올라갈 수 없다. 안으로도 들어갈 수 없으니, 문밖에서 보기만 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 된다. 왕의 의복을 입을 수 있으며, 어좌에 올라가 앉아봐도 된다. 물론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궁궐에 가면,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있는데, 월미문화관은 신발을 벗고 올라가 관람하시오라는 푯말이 있다. 



왕이 됐으니, 왕의 밥상을 받아 볼 차례다. 수라상은 고려말과 조선시대의 궁중 음식에서 왕에게 올리던 밥상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수라는 고려 원종때 전해진 몽골어로, 음식을 뜻하는 슐라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하루 두번의 수라를 받았는데, 아침은 오전 10시경, 저녁은 오후 5시경에 들었다고 한다. 



12첩 반상 대원반


소원반(좌) / 책상반(우)

대원반에는 흰수라, 곽탕(미역국), 조치(찌개), 찜(선), 전골, 김치, 장과 함께 12가지 반찬을 놓았다. 12첩은 더운구이(육류, 어류)와 찬구이(김, 더덕, 채소), 전유어, 편육, 숙채, 생채, 조리개(조림), 젓갈, 장과(장아찌) 마른찬(자반, 튀각), 별찬, 생회 또는 숙회로 구성되었다. 소원반에는 팥수라, 곰탕, 별식, 육회, 별식 수란, 찻주발, 차관, 은공기 3개를 놓았다. 책상반에는 전골, 장국, 고기, 참기름, 계란, 각새채소 등을 놓았다. 



음식을 보니, 왕이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하지만, 전시실 한켠에 있는 왕의 하루일정을 보자마자, 맘을 접기로 했다. 왜냐하면 일정이 장난아니게 빡빡했기 때문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웃어른께 인사를 드리고 아침 공부를 한다. 아침을 먹고 나면, 공식집무에 들어간다. 정오가 되면 주강에 참여해 또 공부를 한다. 이후 지방 관료들을 만났고, 야간에 대궐의 호위를 맡을 군사들 및 장료들과 숙직관료들의 명단을 확인했으며 야간 암호까지 정했줬다고 한다. 해가 지면, 저녁 공부(석강)를 한다. 끝나면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면 되는데 낮에 미처 못했던 업무를 처리한다. 저녁 문안인사를 드려야 드디어 모든 공식 일정이 끝이 났다. 하지만 비공식 일정이 남아 있다. 그건 중전과 많은 후궁들을 챙겨야 했으며, 대를 이을 왕손을 만들어야 했다. 


그저 멀리서만 봤던 왕의 어좌에 직접 올라가서 앉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월미문화관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더불어 금줄이나 돌잔치 등 우리 전통문화까지 재밌는 체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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