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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랑채에 왔으니, 청와대 앞길은 무조건 무조건이다. 가지 못하는 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갈 수 있는 길이니, 터벅터벅 걸어서 갔다. 그리고 초가을맞이 서울 골목나들이까지 겸사겸사 이번에도 만보 걷기 성공이다.



청와대 앞길 단풍도 꽤나 멋있을 거 같은데, 아직은 초가을이라 녹색열풍이다. 작년에 왔을때는 주눅이 들어서 괜스레 눈치를 봤는데, 왔던 곳이라고 이번에는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청와대 앞길


말 그대로 그냥 앞길이다. 단지 '청와대'가 앞에 있을 뿐이다. 막상 보면 별 거 아닌데, 50년 동안이나 출입을 통제했다니,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 



청와대 앞길 뒤로는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이 있다. 북쪽을 관장하는 현무에서 따와 이름을 신무문이라고 했단다. 작년에는 문이 굳게 닫혀있었는데, 이번에는 열렸다. 딱히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경복궁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청와대 앞길 전체를 걷고 싶어서 참았다. 경복궁은 단풍시즌인 완연한 가을에 가야겠다.



다음에 또 놀러올게요~


청와대 춘추관을 지나 삼청동 방면으로 계속 걸어갔다. 이름모를 건물들이 나오는데, 엇~ 저기 하얀 제복이 아닌 검은 제복을 입고 있는 분, 설마 장난감 총은 아니겠지, 권총은 아니고 군인들이 갖고 다니는 커다란 총을 차고 있다. 건물 밖은 물론 옥상에도 있다. 설마 실탄을 장전하고 있을까? 아니면 겁주기용? 등등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지나쳤다. 주눅이 들어 줌으로 당겨 찍지도 못하고, 그저 멀찍이서 담았다. 그저 여느 길과 같은 줄 알았는데, 여기는 청와대 앞길이다. 



청와대의 기자회견장인 춘추문


청와대 앞길은 여기까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경복궁이 왼쪽은 삼청동이다. 향원정을 보면서 내려오다 보니, 여기가 어디인지 이제야 알았다. 광화문에서 걸어서 삼청동에 올때, 경복궁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삼청동으로 가려면 우회전을 해야 한다. 그때마다 직진을 하면 뭐가 나올까 궁금했지만 가본 적은 없다. 이걸 오늘에야 알았다니, 청와대 앞길을 지나 춘추문에서 내려오는 이 길은 늘 궁금해 했던 길이다.




삼청동 골목나들이를 할까 하다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골목이 있어 정독도서관으로 향했다. 여기 참 자주 오는데, 도서관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늘 여기서 인증샷만 담는다. 그리고는 우회전을 한다.



좋아하는 골목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기를 지나가야 한다. 예전에 이 근처에 유명한 중국만두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고소한 기름냄새를 풍기는 감자칩 맞은편에는 겁나 매운 라면으로 유명한 라면집이 있고, 라면집 안채로 들어가는 작은 골목에는 엄청 유명한 호떡집이 있다. 밥 달라고 배꼽 알람이 울리니, 여기서 잠시 머물다 가야겠다. (먹부림은 내일)



북촌마을이다보니, 한복 입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많이 만나게 된다. 역시 우리 것이 좋은가 보다. 한복을 입었을 뿐인데, 다 예뻐보인다. 나도 저들처럼 한복을 입어볼까 했지만, 사진 찍을때 거추장스러울 거 같아서 관뒀다. 



드디어 나왔다. 좋아하는 골목길.


노부부벽화로 시작하는 골목길을 참 좋아한다. 좁다란 골목길 양옆으로 있는 울창한 나무가 하늘을 가려 터널을 만들었다. 나뭇잎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고,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걷고 싶어 일부러라도 오고 싶은 골목길이다.


감고당길 노부부벽화는 2013년에 처음 완성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로 인해 많이 훼손 되었다가 다시 복원을 했단다. 그래피티 벽화작가 원영선 작품이다. 볼때마다 드는 생각, '나도 저분들처럼'




골목길에 덕성여자 중 고등학교가 있다.


흙길이라면, 운치있고 더 좋지 않을까 하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좋다.


감고당길은 숙종의 계비였던 인현왕후의 친정 감고당이 이곳에 자리하였다고 해, 감고당길이라 불린다. 장희빈과의 갈등 속에서 인현왕후는 왕비에서 물러난 뒤 복위될 때까지 5년여 동안 감고당에서 거처했다. 명성황후가 8살때 여주에서 한양으로 올라온 후, 왕비로 간택 책봉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김고당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영조가 효성이 지극했던 인현왕후를 기려 감고당이란 편액을 하사한 후부터다. 



원래는 감고당길 끝까지 가서 인사동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저 작은 골목은 어디로 향하는지? 어차피 정해진 목적지가 없으니 발길 닿는데로 걸어갔다.



골목 중간에 만난 감나무. 탐스러운 감이 잔뜩이다. 손대면 닿을 거 같아 보이지만, 꽤 높다. 그럼 떨어질때까지 기다려볼까? 어느 세월에~ 때로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북촌답게 골목과 한옥의 조화가 좋다. 더불어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코스모스도 좋구나. 



오전에는 날이 흐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미친(?) 가을하늘이다. 사진 속 건물은 안동교회.



안동교회 맞은편으로 윤보선대통령 가옥이 있다. 99칸 대저택이라는데, 문화재가 아니라 개인 소유인가 보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대문과 높은 담만 바라봤다. 도시건축가 김진애박사가 엄청 멋진 곳이라고 뉴스공장에서 말했는데, 직접 볼 수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바닥에 포토존이라는 표시가 있다. 뭔데 하면서 쳐다보니, 여기가 바로 2017년 3월 10일 "피청구인 대통령 박00를 파면한다"고 말했던 그곳, 헌법재판소다. 분홍 구르푸가 생각나는 이곳에서 사진을 아니 찍을 수 없다. 2016년 광화문에서 촛불과 함께 겨울을 보냈고, 2017년 새로운 대통령을 만났고, 2018년 평화의 바람이 분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예측도 없는 거 같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또 울컥.



사람 한명 정도 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이 있는 곳, 인사동이다. 오늘의 서울 나들이는 여기까지다. 청와대 앞길을 시작으로 삼청동을 지나 감고당길 그리고 윤보선 가옥을 지나 헌법재판소를 스쳐 인사동까지 미친(?) 가을하늘을 벗삼아 잘 걸었다.



삭막한 서울이지만, 찾아보면 꽤 괜찮은 골목길이 있다. 반복된 일상 속 작은 일탈은 쾌감을 준다. 더불어 가을하늘과 함께 한다면 더할나위 없다. 가을, 참 걷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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