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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우연인듯, 운명인듯 5일장(3일, 8일)이라 좋아했는데, 아뿔사 날씨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비가 오면 작업을 못하는 곳이라, 엄청난 볼거리를 놓치고 말았다. 대신 장날답게 구경은 실컷했다. 포항 구룡포시장의 명물이라는 해풍국수를 만나서 구룡포시장으로 추울발~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구룡포시장까지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걸린다. 오는 길에 엄청난 크기의 대게 간판도 보고, 가까이 가지 못했지만 구룡포 바다도 대충 보면서 걸어왔다. 원래 목적지는 제일국수공장, 지도앱은 시장으로 들어가라고 나온다. '아하~ 안에 있구나.'



좁은 통로라 유명세와 달리 작은 시장이네 했다가, 점점 안으로 들어가니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널찍한 곳이 나왔다. 비가 오니 내심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과 달리 비리지 않는 바다내음뿐이다. 그나저나 5일장이라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애매한 시간이 오후 2시라 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국수공장을 찾아 시장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먹고싶다 대게


먹고싶다 멍게


먹고싶다 백고동(백골뱅이)


바닷가 마을 시장답게 온통 바다에 사는 녀석(?)들뿐이다. 해산물 킬러에게는 겁나 험난한 길이 아닐 수 없다. 고작 몇미터 왔을 뿐인데, 급 허기짐이 찾아왔다. '여기는 나를 위한 백화점이로구나.'



물메기? 물곰? 알았는데, 까묵었다.



넌 이름이 뭐니?


문어 다리 하나만 팔지는 않겠죠라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무의미한 질문이라서 참았다. 킬로에 얼마라고 했던 거 같던데, 10만원, 아니 20만원이었던가? 문어 한마리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걸 확인만 하고 지나쳤다. 딱봐도 맛있음이 보이는데,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넌, 이름이 뭘까?


고등어 역시 참 좋아한다. 딱봐도 신선함이 보이는데, 서울로 데리고 갈 수 없으니 그저 맘만 아프다. 



물고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채소 가게도 있다. 단, 서울에 있는 시장에 비해 비율이 엄청 낮을뿐.



지붕공사가 잘 되어 있는 시장을 계속 걷다보면, 마치 초창기 구룡포시장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곳이 나온다. 여전히 비는 오는데, 우산을 쓰려니 애매하다. 나름 비가림 천막이 있으니, 천막사이로 움직였는데 고수가 아니라서 이동할때마다 비 맞았다. 제일국수공장이 이근처라 나오는데, 원래 가게 앞에 5일장이라 임시로 작은 가게를 만들었는지 점포가 2중으로 되어 있다. 미로찾기? 보물찾기? 요딴거 잘 못하는 1인이라, 아무나 붙잡고 물어봤는데 아하~ 하면서 지나쳐왔으니 왔던 길로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알려줬다.



이러니 못찾았지. 제일국수공장, 드디어 찾았다.



국수공장답게 밀가루가 참 많은데, 고추는? 아무래도 판매용은 아닐 듯.



아주 어릴때 우리동네에 이와 비슷한 국수집이 있었다. 놀러갈때마다 상품가치가 떨어진 끊어진 국수가락을 과자삼아 톡톡톡 끊어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한 켠에는 오래된 듯한 국수기계가 있고, 가게 안쪽으로 작은 문이 하나 더 있다. 혹시 저기가 바로... 주인 어르신에게 촬영 허락을 받고 또다른 문을 향해 나갔다.



빨래줄이 아니다. 수분을 가득 먹은 국수를 여기에 널면, 바닷바람이 불어 국수가 건조해진다. 그 광경을 보려고 왔건만, "네~이놈 비!! 정녕 니 죄를 알지어다." 아무것도 없으니 그저 휑하고 또 휑하다. 주인 어르신 왈, "비오면 국수 안 만들어."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국수는 담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빈 손으로 갈 수는 없다. 한묶음은 거시기(?)하니, 두묶음 달라고 했다. 



요렇게 비닐포장이 되어 있는 국수도 있다지만, 느낌이 안 산다. 



느낌이 팍팍팍~ 두묶음을 그저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주신다. 포장하는 동안, 어릴때처럼 떨어진 국수가락을 집어 빼빼로 과자를 먹듯 톡톡톡 먹고 있다. 카드 결제? 글쎄 잘 모르겠다. 전통시장에 오면 카드보다는 현금을 주로 쓰고 있어, 이번에도 현금으로 결제를 했다. 



국수를 샀지만, 집에서 바로 먹을 수 없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포항을 다녀온지 2주가 되어 가는데, 여전히 국수는 신문지에 쌓여있다. 사가지고 온 국수를 언제 먹을지 모르니, 지금 당장 먹어야 한다. 그렇다고 국수공장에서 잔치국수를 달라고 할 수는 없다. 허나 괜찮다. 이정도쯤은 다 알고 왔다. 여기서 멀지않은 곳에 이집 국수만으로 국수를 파는 국수집이 있다. 포항 도착 4시간만에 드디어 먹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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