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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공덕시장은 족발&순대 그리고 부침개&튀김이었다. 시장이지만, 장보기보다는 먹으러 다녔다. 언제나 대로변에 있는 앞문으로 다녔는데, 우연을 가장한 검색을 통해 뒷문을 알게 됐다. 뒷편으로 돌아가면 작은 골목이 나오는데, 그곳에 세상 어디서도 먹을 수 없었던 기막히고 독특한 조합을 만났다. 레바논식 양고기와 애호박찌개가 있는 공덕동 뒷동네 feat.애호박이다.



늦은 저녁, 내일을 위해 상인들은 퇴근 준비를 하지만, 어떤이는 집에 들어갈 생각은 안하고 혼술할 곳을 찾아 다닌다. 공덕시장이라면, 당연히 순댓국이나 부침개를 떠올리겠지만, 어떤이는 양고기와 애호박찌개가 먼저 생각이 난다. 한적해진 시장을 걷다보면, 작은 통로가 하나 나오는데, 아무것도 없을 거 같은 저기에 아주 조그만한 혼술하기 좋은 곳이 있다.



뒷동네는 4인 테이블이 2개, 2인 테이블이 하나 그리고 의자가 4개 놓여진 바테이블이 있다. 시장 뒷편에 있고, 규모가 작아서 자칫하면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순댓국과 족발을 잘 먹지 못하는 편식주의자라서 찾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순댓국에 녹색이를 즐겨 먹었을 거다. 이번이 3번째 방문이지만, 정확히 따지면 5번째 방문이다. 초창기 2번은 문 앞에서 서성거리다 그냥 갔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데, 메뉴에서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주인장이 혼자 하는 곳이라 메뉴가 많지 않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아는데, 애호박찌개와 레바논식 양고기는 끌리지 않았다. 거기에 홍어까지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삼세번이라고, 세번째 드디어 식당 문을 열었고 그 이후 단골이 됐다. 11시 오픈이니, 점심에도 갈 수 있지만 언제나 해가 지면 간다. 참 오후 2시부터 5시는 브레이크타임이다. 



기본찬은 마늘장아찌와 무말랭이뿐인데, 이게 양고기와 어울린다는 건 안비밀이다. 주문은 언제나 똑같다. 새로운 메뉴를 추가한다고 하던데, 아직은 레바논식 양고기(15,000원)와 애호박찌개(7,000원)다. 같이 주문해도 되는데, 시간차를 두고 주문을 한다. 먼저 양고기부터, 불쇼는 서비스다.



중동지역에 있는 레바논, 현지의 맛일까?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군대에 있을때 파병으로 레바논에 갔고, 거기서 먹은 양고기 맛을 잊을 수 없었단다. 현지는 양고기 냄새가 겁나 진해서 먹기 힘들거 같아, 우리식으로 변형을 했다고 한다. 



양파가 많아서 좋고, 후추과 함께 커민 향이 강하게 난다. 이국적인 맛은 확실한데, 딱 하나 아쉬움 점은 양고기인데 전혀 양고기스럽지 않다. 냄새를 잡아도 너무 확실히 깔끔하게 잡았기 때문이다. 양고기 초입자에게 여기만한 곳은 없을 거다. 개인적으로 덜 잡았으면 하지만, 주인장의 주관을 이해하기에 매번 아쉽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목넘김을 하기 바로 직전, 약하지만 양고기 맛을 느낄 수 있다. 단, 오물오물 오래 씹어야 한다. 



고추가 있지만 그리 맵지는 않다. 수비드로 고기를 조리했기에, 질김보다는 부드럽다. 양고기 초입자에게 향신료를 넣고 볶은 소고기 찹스테이크라고 해도 믿을 거 같다.



익힘은 웰던인데, 수비드(저온에서 오래 익히는 조리방법)라서, 육질이 부드럽다. 양꼬치 먹을때 구운 마늘과 같이 먹은 적은 있지만, 마늘장아찌는 처음이다. 그런데 이거 은근 잘 어울린다. 장아찌의 식감과 상큼함 그리고 마늘 향이 양고기와 조화롭다.



레바논 양고기를 어느정도 즐겼다면, 다음은 애호박찌개를 즐길 차례다. 애호박찌개는 남도식이지만, 뒷동네는 주인장식이다. 왜냐하면 서울사람 입맛에 맞췄기 때문이다. 찌개를 주문하면 밥이 함께 나온다. 미리 푼 밥이 아니라 그때그때 밥솥에서 퍼주니 고슬고슬 밥맛도 좋다. 



고추장보다는 고추가루의 비중이 더 큰 듯, 국물이 깔끔하다. 빨간 국물에 비해 매운맛은 강하지 않다. 애호박도 돼지고기도 큼직큼직하니, 오래 끓인듯 한데 호박의 식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전을 할때는 얇게 썰어야 하지만, 찌개에는 큼직해야 한다. 그래야 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뜨끈한 국물부터 시작해, 돼지고기와 애호박은 같이 먹어야 한다. 비주얼을 보면 밥을 말고 싶지만, 살짝 적셔서 먹어야 밥알이 뭉개지지 않아 좋다. 가장 좋은 건, 앞의 과정을 한꺼번에 할때다. 국물에 밥을 적시고, 그 위에 애호박과 돼지고기를 올린다. 한입 가득 넣고, 먹다가 중간쯤 처음이를 받아들이면 이또한 아주 괜찮다. 뜨거울때는 몰랐는데, 찌개가 식으면 애호박이 갖고 있는 단맛이 실력 발휘를 한다.  



애호박찌개도 레바논식 양고기도 밥이랑 함께 먹어야 더 좋다. 혼자 먹기에 양이 많은 편이다. 원래는 양고기만 먹으려고 했는데, 어느순간 찌개가 뙇. 맛나게 먹고 집으로 들어갈때 편의점에서 명수를 찾았다. 2가지 고기를 먹고, 찐한 국물에 탄수화물까지 제대로 먹었으니, 과식이 확실하다.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양고기와 애호박찌개를 같이 먹는 건 좋지만, 섞으면 안된다. 즉 애호박찌개에 돼지고기대신 양고기를 올리면 실망하게 된다. 실수로 양고기 한점이 찌개에 퐁당 빠졌다. 바로 먹긴 했는데, 그 찰나의 순간 양고기는 벌써 찌개 국물을 받아 들였고, 그걸 먹고는 급 실망했다. 같이는 좋은데, 함께는 안 좋다. 계란말이가 새로 추가 된다고 하던데, 다음에는 애호박찌개&계란말이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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