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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두근두근이다. 가려고 마음 먹기 시작할때부터, 항공권을 예매하고, 짐을 싸고, 초등학교 1학년때 소풍가기 전날의 기분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달동안 계속 된다. 막상 떠나면 좋을때도 있고, 맘에 안들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이 다 설렘 가득이다. 가기 전부터 시작한 두근두근은 다시 돌아올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며칠동안 계속 지속된다. 모든 여행이 다 그럴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무박이든, 한달살기이든, 짧게도 길게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어떤 여행도 다 좋아하지만, 한번쯤 외지인이 아닌 현지인처럼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한달 살기를 동경했는지 모른다. 생각일때는 모르나, 막상 떠나려고 하며 두려움을 가리기 위해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만들었다. 늘 소풍 가기 전날처럼 두근두근만 유지한채, 여전히 실천을 못하고 있는 1인이다. 


한달살기는 아니더라도,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을 확 바꿔준 책이 교토감성이다. 일본의 교토라는 지역 중, 사쿄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들은 누가봐도 외지인이지만 현지인처럼 살았다. 며칠동안 머물었는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1박2일이나 2박3일같은 짧은 여행은 아니었을 거 같다.  




여행에는 욕심이 따른다. 이왕 왔으니, 여기저기 유명한 곳은 다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하면서, 군대에서 행군을 하듯 무리한 스케줄을 짜게 된다. 그러나 저들은 욕심을 버렸다. "야~ 거기까지 갔는데, 카페나 서점 그리고 동네한바퀴나 하고 왔냐?"라고 핀잔을 들을 거 같지만, 저들은 생각은 확고하다.


"좋아하는 곳에서 생활하며 여행하고 싶다." 그리고 "샤코에서 우리가 꿈꾸던 휴식을 만나다." 책을 쓴 다토와 아카이는 여행에 대한 다름을 보여준다. 교토만으로도 볼거리가 많지만, 인접한 오사카 등 범위를 확대하면 훨씬 더 많은 지역을 다닐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교토에서도 사쿄라는 지역에서만 여행을 한다. 욕심을 버리니, 꿈꾸던 휴식을 만날 수 있었나 보다.




볼거리가 있을까 싶었는데 오후, 밤, 아침으로 섹션을 나눠 사쿄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았다. 마치 여행자이지만, 아닌 거처럼 그들은 사쿄 사람들의 생활속으로 깊숙이 빠져들어간다. 좋아하는 카페를 원없이 가고, 애정하는 독립서점에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내고, 늦은 밤에는 라멘집 탐방을 하고, 대학가 주변 주점에서 한잔의 술로 기분을 풀고,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가장 현지인스럽게 대중목욕탕을 두번이나 갔다. 


저들과 같은 코드였다면, 벌써 사코로 가는 비행기편을 알아봤을 것이다. 따라하기 딱 좋게 만들었는데, 코드가 달라 저들의 방식만 접수했다.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욕심을 버리고, 좋아하는 지역을 찾아 천천히 오래오래 바라보는 거다. 개인적으로 사쿄보다는 삿포로에 관심이 많다. 저들은 카페와 서점 탐방이 주였지만, 나는 삿포로 맥주와 양고기 그리고 다양한 해산물 등 먹부림으로 코드를 맞추고 싶다.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 선명도는 살짝 떨어지지만, 뭔지 모르게 정겨움이 느껴진다. 그곳에 대한 후기 또는 리뷰식 글이 아니라, 그들의 감성이 페이지마다 담겨 있다. 장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으니, 여행관련 책으로는 꽝이다. 하지만 저들이 다녀온 곳중 나와 코드가 맞는 곳을 체크한 후, 스스로 찾아보면 된다. 다 알려주면 편하지만, 스스로 찾아보는 맛도 있어야 한다.


특히 사쿄지역을 다니는 에이잔 전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한번쯤 해보고 싶다. 어느 역이 아니라, 그냥 내리고 싶은 역에 내려, 역 주변을 탐색한다. 괜찮은 밥집이 나오면 밥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보이면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그러다 다시 전차를 타고 몇 정거장을 또 간다. 어디에 가면 꼭 보고 와야만 하는 곳도 좋겠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현지인처럼 여행을 하고 싶다면, 교토감성은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단, 욕심은 꼭 버려야 한다. 


-매일경제신문사 매경출판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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