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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가면 가맥집과 막걸리집을 가고 싶었다. 둘 중 그나마 혼자서 갈 수 있는 곳은 가맥집, 오후 3시 오픈에 맞춰 119번 버스를 타고 동부시장 정류장에 내렸다. 3시까지 20여분이 남았다. 밖에서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갈까? 역시 인심 좋은 전주다. 어찌하다보니, 개시 손님이 됐다.




전일슈퍼였는데, 갑오징어가 인기 안주가 되면서 전일갑오가 됐다는 썰이 있다. 가맥은 20년 이상 된 전주만의 독특한 음주문화라고 한다. 70년대 부터 시작이 됐다고 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은건, 90년대 초반이다. 원조 가맥으로 알려진 영광상회는 사라졌지만, 이후 경원상회와 전일갑오가 가맥집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단다. 그중 한곳인 전일갑오에 내가 왔도다.


가맥은 가게 맥주의 줄임말로 알고 있었는데, 가정용 맥주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가게에서 출고가가 낮은 가정용맥주를 팔면서, 술집에 비해 맥주값이 저렴해서 인기가 좋았단다. 초기에 비해 지금은 전주를 비롯해 서울에도 가맥집이 참 많다. 대부분 가맥집을 컨셉으로 한 술집이기에, 리얼 가맥집은 어떤 곳인지 궁금했었다. 줄서기는 필수라고 해서, 오픈시간에 맞춰 갔다. 오후 3시, 어쩔 수 없이 낮술을 했다.



커다란 황태포가 연탄불에서 노릇노릇, 맛이 없다면 무조건 반칙이다.

다른 곳에 비해 황태포가 많은 슈퍼다. 맥주가 2,500원이라니, 좀 많이 달릴 듯 싶다.


슈퍼 공간은 구멍가게인데, 안쪽으로 술 마시는 공간은 운동장(?)이다. 개시 손님이라 아무도 없을때 찰칵, 허나 3시가 지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거, 황태(10,000원) 한번 겁나게 크다. 혼자 먹기 많은 양이라, 남은 건 포장을 했다. 테이블마다 맥주 2병이 기본인 거 같은데, 혼자 왔다고 하니 주인장이 한병만 줬다. 더 마시고 싶으면, 알아서 냉장고에서 꺼내면 된다는데, 가볍게 한병으로 끝냈다. 이유는 잠시후에...




우선 갈증부터 해결해야 하니, 시원한 맥주부터 쫙~ 들이켰다. 커다란 황태는 먹기 좋게 스스로 손으로 자르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엄청난 부스러기를 감내해야 한다.



마약이라 불리우는 특제 소스. 끈적한 간장(?)에 청양고추가 팍팍~


간장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마약이라 불리우는 독특한 소스에 알싸한 청양고추가 엄청 많이 들어 있다. 황태만 먹어도 충분할테지만, 오래 먹다보면 자칫 심심할 수 있다. 이때 마약소스를 곁들이면, 짭쪼름함이 맥주를 부르고 또 부른다. 염도가 강하다면, 고소함까지 겸비한 마요네즈를 추가하면 된다. 맥주가 보리음료로 변하는 순간이다.




시작은 한병이뿐이었지만, 나올때는 일렬종대가 될 줄 알았다. 보리음료이니, 무한대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한병에서 끝났다. 왜냐하면 혼술하기 좋은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맥집은 여럿이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공간이지, 혼자서 맥주를, 황태를 음미하면서 먹는 공간은 아니다. 혼술할때 외롭다고 느꼈던 적이 최근에는 거의 없었는데, 이날은 슬며시 다가왔다. 혼자 온 여행이니, 급 친구를 소집할 수도 없어, 아쉽지만 한병에서 마무리를 했다. 


다음 목적지 역시 또다른 가맥집이었지만, 혼자갈 곳은 아닌 거 같아서 접었다. 가맥집도 막걸리집도 역시 혼자보다는 여럿이 가야 좋은 거 같다. 대신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전주에 왔는데 아니 보면 서운할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던 날씨가, 순간 을씨년스러워졌다. 폭염은 가고 폭우가 올 거 같은데, 끈적한 바람만 연신 분다. 셀카에 자신없는 1인인지라, 멀찍이서 성당만 담았다. 



붉은색 배롱나무꽃 뒤로 붉은색 건물이 참 잘 어울린다.


안으로 들어간 본 적이 없는데, 더위탓인지 중간 문이 열려 있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 처음으로 성당 내부를 봤다. 사진을 무진장 엄청나게 찍고 싶었으나,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아서 그저 눈으로만 보고 나왔다.



전동성당 건너편에 있는 풍남문과 평화의 소녀상.


여행이라기 보다는, 스쳐 지나온 거 같다. 한번 떠나면 적어도 카메라 배터리 3개 정도는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교체한 적이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배터리 한개로만 버틴 여행은 또 처음이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온 카페에 있을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여름 여행은 나와 상극이다. 가을이 오면, 전주로의 여행을 다시 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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