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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알못(미술 알지 못하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전시회가 있으면 미술관으로 달려간다.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가지만, 다시한번 미알못임을 깨닫고 나온다. 늘 그랬는데, 우리 문화라서 그런가? 어렵지가 않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딱히 불편하지도 않다. 이래서 우리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하나보다. 인천시 학익동에 있는 송암미술관이다.



절대 미술관이 있을 거 같지 않은 곳에 있다.


관람료도 보관함도 다 무료.


몰라도, 나름 미술관 나들이는 많이 했다. 주로 서울에 편중되어 있지만, 다 찾아가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송암미술관은 정말 생뚱맞은 곳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여기만은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 특히 폭염이 극심한 여름이라면...


중간에 그냥 갈까도 생각했지만, 여기까지 온 게 아쉬워서 버스정류장에서 20여분(지도앱에서는 14분이라고 나왔음)을 걸으니 휑한 주변 모습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걸을때는 몰랐는데, 시원한 미술관 안으로 들어오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샘 폭발이다. 바로 관람을 하는 건 아닌거 같아, 보관함에 가방을 넣어두고 맛있는 에어컨 바람이 있는 로비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송암미술관은 고 송암 이회림 선생이 평생에 걸쳐 모은 그림, 도자기,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이다. 개인미술관이었지만, 인천시에 기증함으로써 인친시립송암미술관으로 재개관을 했다고 한다. 1층은 공예실, 2층은 서화실로 되어 있다.



옹관은 사람의 시체나 뼈를 담아 묻는데 사용했던 큰 토기 항아리를 말하며, 독무덤이라고 한다.


공예실에는 도자기, 불교 관련 작품, 민속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청자 (고려시대)


분청사기 (조선시대)


백자 (조선시대)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등등 학교다닐때 시대별로 외우고 또 외웠던 도자기가 여기 다 있다. 사진에서 보던 것과는 천지차이다. 또 이렇게 같이 모아놓으니, 뭐가 뭔지 확실하게 구별이 된다. 각 도자기마다 이름이 다 있지만, 시험 볼 나이가 지났으니 디테일은 생략한다. 


전반적으로 전시실이 많이 어둡다. 조명이 강하면, 작품이 훼손될 수 있어서 그런거라고 한다. 어둡지만, 작품을 보는데 큰 문제는 없다. 사진 촬영은 양해를 구하고 찍었다. 플래시는 당근 노~ 




불교 조각 작품들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민속자료들


이 모든게 다 개인소유였다니, 이래서 재벌재벌하나보다. 기증을 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못 봤을 귀중한 작품들이다. 



서화실은 조선 후기부터 근대까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진주성도 조선 19세기 작품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 80세에 그린 작품


정재 오일영의 매화 (1913년 작품)


소방 김홍주의 괴석 (19세기 작품)


소하 박승무의 꽃과 나비 (1919년 작품)


나름 베스트라고 생각한 작품만 담아왔다.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으로, 미알못임에도 작품에 빠져 한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어떤 감정이나 느낌보다는 뭐랄까? 그저 편하고 좋았다. 피카소, 샤갈, 고흐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할때는 감상보다는 학습이었던 거 같은데, 여기서는 학습이 아니라 온전하게 감상을 했다. 




공예실과 서화실은 상설전시로 언제가도 상관없지만, 壽福壽福 일상에 주문을 걸다는 특별전으로 10월 14일까지 한다. 장수의 壽(수)와 행운의 福(복)은 우리 선조들이 늘상 사용했던 글자다. 요즘 말로 하면, 유행어?! 부적과도 같았던, 壽福. 어디어디에 있나, 찾아보면 된다.



탄생, 돌, 혼례, 환갑 등 인생의 중요한 절기에 치르는 의례에 사용하던 그림과 도자기에는 모두 壽福이 새겨져 있다.


백자태항아리 / 돌띠 / 사주단자


壽福을 찾기위해 전시품을 보다보면, 여깄다, 저깄다를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아주 특이하게도, 아기의 태를 담았던 백자태항아리에는 壽福이 없다. 왜그럴까? 잠시후에...



남자는 사랑방, 여자는 안방.


일상 곳곳에도 壽福은 있다. 사랑방의 연적과 필통, 안방의 가구와 경대, 꽃병과 다과접시 등등등 건강하게 오래오래, 복으로 가득한 생을 얼마나 살고 싶어했는지 보인다. 그때나 지금이나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



부엌의 각종 그릇과 떡살 등 조리 기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壽福는 글자라면, 같은 의미로 쓰였던 그림이 있다. 바로 박쥐다. 壽福(수복)과 박쥐는 관계는 한자어와 발음때문이다. 박쥐의 한자어는 蝙蝠(편복)인데, 편의 중국발음은 fu(푸)다. 그리고 福의 중국 발음도 fu(푸)다. 그렇다면 우리는? 福을 복이라 읽고, 蝠 역시 복이라 읽는다. 이런 이유로 중국과 우리나라는 福대신 박쥐를 그렸다고 한다. 



사당(좌) / 백자명기(우)


사람이 죽으면 사당에 위패를 모셔놓고, 촛불을 켜고 정성껏 명복(福)을 빈다. 그런데 사당에 있는 제기에는 壽福자가 없다. 태항아리도 없고, 제기도 없다. 탄생 후부터 죽음 전까지만 壽福을 빈다는 의미로, 부적의 효과는 살아있는 동안인가 보다.


명기는 죽은 후에도 현세와 같은 삶이 계속된다는 믿음에서 죽은 사람의 무덤에 함께 묻었던 부장용 그릇이다. 미니어처로 제작했다고 하는데, 사이즈만 작을뿐 정교함이 대단하다. 별생각없이 들어간 특별전에서 壽福의 의미도 찾고, 박쥐의 깊은 뜻도 찾고, 어디가서 아는척 좀 해야겠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백두산천지 (1972년 작품)


오른쪽 위에 쓰여진 조국통일,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렸다고 한다. 그림이 아니라,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을 지나  백두산까지 가는 그날이 어서빨리 오기를...




송암미술관 야외전시장에는 원형 그대로 복원한 광개토대왕비가 있다. 진짜는 중국 길림성 집안현에 있다고 하던데, 기차타고 백두산 갈때 같이 들렸다 오면 좋겠다.



가는 길이 힘들어서 기대치는 암반수였는데, 알고 보니 오아시스였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특히 壽福은 다른 박물관에서 본 적은 있지만,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박쥐까지 완벽하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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