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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만들어진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사실 이런 곳이 있었다는 걸 예전에 뉴스에서 본 거 같은데, 실제로 가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동안 방치되었다고 한다. 그랬는데 마포 문화비축기지(석유비축기지)처럼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누군가의 벙커가 아니라 서울시민을 위한 벙커 미술관으로 재탄생됐다.


정식 개관 첫날, 서울미디어메이트로서 아니 갈 수 없는 법. 여의도 환승센터 정류장에 내려 여의도 공원 방향이 아니라 은행 건물이 많은 방향으로 오면, 은밀한 지하 비밀벙커가 있다. 1970년대라면, 음... 박00정권이었을 텐데, 혼자만 살겠다고 이딴 벙커를 만들다니...(하고 싶은 말은 참 많지만, 여기까지)



지하 벙커이니, 당연히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연면적 871㎥ 구모의 공간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특히 VIP(누굴까?^^)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은 소파와 화장실, 샤워장이 있는데, 소파는 비슷하게 복원해 시민들이 직접 앉아볼 수 있게 했고, 화장실과 변기는 등은 그대로 뒀다고 한다. 그외의 공간은 미술관답게 예술품을 설치, 전시하는 공간이다.





개관 기회 전시전인 '여의도 모더니티'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국 근현대화 과정을 강예린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방면을 구성했다고 한다.. 수직적인 도시화 수평적인 도시가 교차하는 지역으로서의 여의도를 주목함으로써 도시 서울의 근현대화 과정을 재조명하고, 아시아 모더니티의 대표적 사례인 서울을 기반으로 시각, 장소, 성장, 속도, 표준, 기술, 과학 등에 대한 탐구를 선보이고자 한다. 또다른 기획전인 역사 갤러리 특별전은 이따가...



여의도 지하비밀벙커의 새로운 이름은 SeMA벙커다. 그 이유는 시설 운영을 서울시립미술관이 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하 비밀벙커인데, VIP가 쓰던 소파와 화장실, 샤워장이 없고, 예술품만 있다. 어디있을까? 그 비밀은 개막식이라고 적혀 있는 저 천막 뒤에 있다. 원래는 일찍 도착해 개막식 전에, 천막 뒤를 보고 왔지만, 행사의 순서상 개막식부터...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2005년 서울시가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 시 발견했다고 한다. 1970년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 외에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소관부처와 관련 자료도 전혀 기록이 없는 상태였단다. 이에 서울시는 벙커가 언제 생긴 건지 알아보기 위해 항공사진을 찾아봤고, 1976년 11월 사진엔 벙커지역에 공사 흔적이 없었지만, 이듬해 11월 항공사지엔 벙커 출입구가 보여 이 시기에 공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한단다. 특히 벙커 위치가 당시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에 있던 곳과 일치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에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SeMA 벙커는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여의도에 특화된 복합문화예술공을 지향함으로써 향후 서울시립미술과의 각종 프로그램과 연계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의도를 찾는 이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선도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도시재생을 통해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렵고 잊혀졌지만 우리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한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곳이 지역구인 신경민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아픈 역사의 현장이지만 이제는 우리의 자산으로 예술과 시민의 편의 공간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테이프 컷팅 후 드디어 지하벙커의 문이 열렸다.



좁다란 통로를 지나면, VIP공간이자 역사갤러리 전시장이 나온다. 이곳은 처음 발견 당시로 복원해 아카이브 사진과 영상 자료 전을 함께 공개한 바 있는데, 역사적 공간에 대한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된 아카이브 프로젝트 영상을 기획해 역사갤러리내에 추가로 설치했다고 한다. 작은 타일 형태의 바닥도 그대로 두고 낮은 천장을 보완하기 위해 천장은 노출형태로 바꿨다. 



1970년대 여의도의 모습이다. 이랬던 곳에 지하벙커가 있었다니, 누가 만들었는지 참 대다나다.



오호~ 놀랍다. 여의도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보고 있어도 놀랍다. 소파는 비슷하게 복원했다고 하던데, 보면 볼수록 소름이 쫙~ 화면 속 인물은 누군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때 그사람은 아니고, MBC드라마 제4공화국때 그사람을 연기한 이창한 배우다. 



유리 칸막이가 되어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VIP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실과 세면대다. 



벙커의 두께를 가늠해볼 수 있는 50cm 코어조각도 있다. 당시 벙커가 어떤 폭격에도 견딜 수 있게 얼마나 치밀하고 틈 없이 만들어졌는지 코어 조각을 통해 가능해 볼 수 있다. 



코어 조각 옆에는 발견 당시 나온 열쇠박스라고 한다.



여의도 지하에 나혼자만 살겠다고 국민들 모르게 만든 비밀벙커가 있었다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SeMA벙커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면, 관람료는 무료다. 이번에 유후 지하공간을 오픈한 것은 여의도뿐만이 아니라,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도 있다.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말기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을 갖춰 만든 방공호로 추정되면, 신설동 유령역은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역사지만 노선이 조정되면서 폐역사가 됐다. 43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고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유령역으로 불렸지만 70년대 역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엑소의 뮤직비디오, 드라마 스파이, 영화 감시자들 같은 촬영 장소로 일부 활용됐다고 한다. 시민에게 공개되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이 두곳은 주말에 한시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10.21 ~ 11.26) 시간대별로(매주 토일 1회 4회) 회별 20명을 대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군가의 의해 좌지우지 됐던 시절을 생각하면, 여의도지하비밀벙커뿐일까? 마포 석유비축기지도 그렇고, 우리가 모르는 비밀의 공간이 대체 얼마나 더 있을까? 감추는자가 범인이라고 하더니, 얼마나 많은 걸 감추고 싶었으면 이딴 지하 벙커를 만들었을까 싶다. 그때는 한사람을 위한 소유물이었겠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전유물로 돌아와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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