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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으로서 서울에 이런 곳이 있는지 정말 몰랐다. 상암 월드컵경기장 옆에 이렇게 커다란 기지가 있었다니, 놀랍지 아니 할 수가 없다. 모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41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기지 옆에 있는 매봉산에 갔더라면,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뭐가 있다는 건 알았을 것이다. 허나 등산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보니, 암튼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그곳이 석유를 비축했던 기자리는 것도 처음 알았다.


1973년, 1978년 2번의 석유파동으로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을 빚었던 정부는 서울에 석유를 비축할 공간(축구장 22개 크기)을 만들었다고 한다. 5개의 탱크에 한 번에 보관할 수 있는 유류량은 당시 서울 시민이 한 달 사용량이었다. 이후 22년간 철통 보안 속에서 비상 석유를 보관했던 기지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둔 2000년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됐다. 그랬던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도시재생이 됐다. 석유에서 문화로 바뀐 마포문화비축기지, 서울미디어메이트로서 아니 갈 수 없기에, 개원기념 시민축제에 다녀왔다.



저기 우뚝 솟아 있는 탱크가 바로 석유를 보관했던 그 탱크인가 보다. 그런데 저건 이번에 새로 만든 탱크이며, 진짜 탱크는 기지처럼 숨어(?) 있다. 즉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고, 가까이 가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문화마당이다. 마당 앞에는 모래 언덕이 있는데, 아이들의 핫플레이스로 신나게 뛰어놀고 장난치는 곳이다. 엄마는 빨래 걱정을 할테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고 모래놀이 중이다.



요런 느낌, 예전에 파주 평화누리 공원에서 본 적이 있다. 바람에 날리는 천조각들이 참 낭만적이다. 그런데 왜 오렌지계열의 색상일까? 아무래도 석유비축기지의 탱크와 비슷하게 만들려고 했던 거 아닐까 싶다. 그래서 여기를 오렌지 탱크라고 한단다.



개원기념 행사는 4시부터다. 사전 행사로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문화비축기지 개원 축하공원 중이다. 생생클래식인데, 온 가족이 함께 듣기 좋은 다양한 팝과 클래식을 연주하는 음악회란다. 가을은 왠지 가곡와 클래식이 어울린다. 바람에 따라 들려오는 클래식 선율이 참 좋다.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니, 기지 탐색에 나섰다. 




설비동 건물에서는 문화비축기지 달시장이 열렸다. 마포구를 중심으로 주민, 문화예술가, 작가, 농부, 요리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복합 콘텍츠 시장이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참 많았는데, 봤을때 사야했는데 이따 사야지 했다가 결국 놓쳤다. 



가장 먼저 찾은 기지는 T6이다. 원래 탱크는 5개 밖에 없었다. 그럼 이곳은 T1과 T2를 해체해 나온 철판을 재활용해 외관에 부착한 신축 건축물이라고 한다. 



기지에서 커피한잔이라, 커뮤니티센터답게 1층에 카페가 있다.



계단은 없고, 나선형으로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하늘을 만나게 된다. 올라갈때 동영상을 찍는 바람에 내려올때 찍었다.



T6의 핫플레이스는 루프탑, 바로 옥상마루가 아닐까 싶다. 신축건물이긴 하지만, 석유를 이런 곳에 보관을 했을 거 같다. 살짝 감옥 느낌도 나는게, 기분이 좀 묘했다.



여기는 T1으로 석유비축기지 시절 휘발유를 보관한 곳이라고 한다. 공연 준비중이라고 해서 내부는 볼 수 없었다. 어차피 또 갈 예정이니, 그때는 무조건 T1부터 봐야겠다. 긴 입구를 통과해 탱크에 이르면 투명한 유리벽 너머 매봉산의 암벽과 그틈에서 자라난 초록식물을 볼 수 있단다. 



T2는 공연장과 야외무대로 바뀌었다.



앞과 뒤고 너무 다르다. 마치 원형극장 같다. 여기서 어떤 공연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와~ 진짜 산 속 야외무대다. 저 산은 매봉산이다. 석유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들켜서는 안되고, 기지였으니 당연히 산 속 깊숙한 곳에 만들었을 거 같다.



T3은 이 곳을 지나야 나오는데, 다른 곳에 비해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잔디썰매장이다. 캬르르~ 캬르르~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덩달아 나도 웃음이 났다.



T3은 5개 탱크 가운데 유일하게 석유비축기지 시절 유류 저장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입구까지만 갈 수 있고,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여긴 좀 무섭다. 왜냐하면 땅속에 묻힌 탱크까지는 좁은 철제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바닥까지 그 깊이가 상당하다. 이는 탱크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깊이 파 앉혔기 때문이란다. 여기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아래는 쳐다보지 못하고 그냥 고개를 들었다.



탱크가 이런 모습이었구나. 그런데 탱크를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어릴때 좋아하던 만화 미래소년 코난이 생각났다. 




T4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탱크 가득 리볼브' 전시가 11월 11일까지 한다고 한다. 미디어 설치 그룹 방앤리의 가변적 조명 예술 및 다중 채널 영상 및 음향을 설치하여 예술 공간으로 재생된 탱크의 체험이다. 이곳이 예전에는 석유를 보관했던 곳이라고 생각하면 살짝 겁이 난다. 석유를 보관했던 곳이라서, 여기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화재 대비 훈련을 참 많이 했단다. 특히 1번 탱크를 휘발유를 보관했기에, 작은 정전기로도 화재가 날 위험이 있어서 초긴장 상태로 근무를 했다고 한다. 







T5는 이야기관으로 전시실 입구로 들어가 탱크를 한 바퀴 돌면서 1970년대 석유비축기지 시절부터 문화비축기지까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동안 쌓아온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탱크의 안과 밖, 콘크리트 웅벽, 암박과 절개지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석유비축기지는 과연 얼마큼 석유를 보관할 수 있었을까? 바로바로바로 총 석유비축량이 6,907리터였다고 한다. 산유국도 아니면서, 이렇게나 많은 석유를 보관했다니 참 대다나다. 



기지탐방은 여기까지, 개원식을 하는 문화마당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사람도 많고, 곳곳에 다양한 전시, 체험 그리고 마켓이 있는데도, 공간이 얼마나 넓으면 복잡하거나 번잡해 보이지 않는다. 진짜 사람이 많았는데, 너무 한산해 보인다. 



사회자가 하고 있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인사말 중인 박원순서울시장이다. 본인도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1992년 리우에서 열린 지구정상회담 이후 20년 만에 열린 리우+20에 갔다가 고건 전 서울시장을 만났는데, 조찬 자리에서 마포석유비축기지 이야기를 해서 그때 알게 됐단다. 도시재생으로 세운상가가 바뀌고, 서울로 7017이 생기고, 이제는 석유기지가 문화기지가 됐다. 이제 남은 도시재생은 용산미군기지일까? 도시재생, 참 괜찮은 거 같다. 



줄 하나에 매달려 탱크 외벽을 타며 독특한 댄스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현대판 서커스 공연으로 버티컬댄스다. 개원식 피날레로 사람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한강에서 봤던 서울밤도깨비 야시장이 마포문화비축기지에 떴다. 앞으로 10월 20일(금)~21일(토), 그리고 10월 27일(금)~28일(토) 17:00~22:00에 열린다.



석유에서 문화로 문화비축기지는 또다른 서울의 명소가 될 거 같다. 



이렇게 전망이 좋은데, 아니 올 수 없겠지. 축구때문에 찾았던 상암월드컵 경기장, 앞으로는 비축기지땜에 찾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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