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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도시와 건축을 화두로 한 국내 최초의 글로벌 학술 전시 축제이자 서울에서 열리는 첫 번째 비엔날레다. 어제 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 5일까지 약 두 달간 돈의문박물관마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비롯해 서울의 역사 및 산업현장 곳곳에서 일제히 열린다. 서울미디어메이트로서 당연히 가봐야 하는 곳이다. 이것도 권력이라면 권력이랄까? 남들보다 하루 먼저 관람을 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라서, 새집냄새에 먼지까지 살짝 불편하긴 했지만, 미리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불편함은 잊어버렸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하는 주제전 / DDP에서 하는 도시전 / 동대문 을지로 일대에서 하는 현장 프로젝트 시민참여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다양한 곳에서 진행되는 축제이기에, 놓쳐서는 안되는 4대 관점 포인트가 있다.

1. 돈의문박물관마을 - 한옥 근현대 건물들이 전시장으로, 처음으로 공개.

2. 유한양행 현대제철 사옥 -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로 도시건축센터로 리모델링

3. 세계 50개 도시 프로젝트 DDP에 집결 - 서울 평양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 등 이색전 

4. 창신동 세운상가 을지로 일대 현장 프로젝트 도심제조업 미래경쟁력 세계에 소개

2개월동안 하는 비엔날레이니, 한꺼번에 다 볼 생각은 금물, 한 곳씩 나눠서 천천히 관람하는 게 가장 좋을 듯싶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조선시대 한옥과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근대 건물 총 30여개 동을 리모델링해 도시재생방식으로 조성한 역사문화마을이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던 곳이었다. 골목마다 예스러운 주택에 맛집까지 종종 갔던 곳인데, 어느날 공사를 한다고 가림막을 설치했다. 처음에는 오래된 건물이라서 다 철거하고 뉴타운같은 아파트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했다. 북촌이나 익선동같은 느낌이 남아 있던 곳인데, 아예 싹 바뀌는 줄 알았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곳을 지나갈때면 혼자서 투덜댔다. 새로움도 좋지만, 예스러움을 남겨야 하는데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철거가 아니라, 리모델링이다. 이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투덜대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메인전시인 주제전이 열린다. 주제전은 아홉가지 공유(Nine Commons)를 주제로 20여 개 국 38개 팀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공중에 설치된 직경 8m짜리 반구형 스크린에 자율주행자동차의 센서가 인식한 수치 데이터를 영상화해 표출하는 '무인 자동차 비전'이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처럼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를 몰입도 있게 전달해 주는 거 같았다. 도시건축센터는 이 작품을 비롯해 총 6개 작품들을 더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시간관계상 이거 하나만 봤는데, 다른 작품들도 꼭 보고 싶다. 그래서 다시 가볼 예정이다.

 

자주 갔던 곳인만큼, 건물이 낯설지가 않다. 그런데 여기가 그 파스타 집이 맞나?, 못쓸 기억력이 문제다. 그나저나 태양열을 이용한 친환경 가로등이 눈길을 끈다.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하고 있는 서울시이니, 작은 가로등 하나도 그냥 두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퐁퐁퐁~ 피어나는 거 같아서 좋다. 역사문화마을답게 옛 모습을 많이 보존한 거 같아서 좋았다.

 

정원이나 도심농원을 만들 수 있는 모듈식 가구, 그로우모어(Growmore)다. 이케아의 후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해서 텃밭으로 만들면 좋을 거 같다.

 

4가지 공유자원 중 땅에 해당되는 주제전이 열리는 곳으로 '채굴을 넘어' 전시장이다. 주제전은 한옥을 개조한 전시장에서 현대 도시가 당면한 문제들과 대안 등을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로 제시하고 있다. 지나친 채굴의 폐해를 보여 주는 거 같다.

 

건물마다 어떤 주제전을 하고 있는지 현수막이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잘 살펴보면 된다. 여기는 4가지 공유자원 중 공기에 관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장이다.

 

비엔날레 식당이다. 이곳에서는 인도 첸나이에서 초청한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비엔날레 공식메뉴인 탈리(인도 남부 타밀나두 지역 채소요리)를 맛볼 수 있다. 태양광 오븐으로 요리를 시연한다고 하니, 도시가 직면한 환경 및 식량문제를 돌이켜보는 기회가 될 거 같다. 

 

한옥만이 줄 수 있는 요런 느낌적인 느낌을 참 좋아한다.

 

왠 리어카? 살짝 내부는 보니, 체스판이 있다. 이동식 체스판인 듯. 돈의문박물관마을은 30여 개 한옥과 근대화 건물마다 1~2개의 전시가 열리므로,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대형버스를 타고, DDP로 이동했다. 주제전이 돈의문박물관마을이었다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도시전이다. 세계 도시들의 선도적인 공공프로젝트와 정책을 전시하고, 도시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공유하는 전시로, 런던, 빈, 샌프라시스코, 평양 등 50개 도시 프로젝트가 전시된다. 

 

현장 프로젝트 똑똑한 보행도시의 일환인 뇌파산책은 도시의 환경변화에 따른 스트레스 지수를 보행자의 뇌파변화를 통해 측정해 서울 일대의 보행 환경을 분석하고 다양한 보행 체험 길을 제안하는 체험행사다. 

 

도심 곳곳에 뇌파산책 및 뮤직시티, 공유교통 등을 진행한다고 한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머리에 이상한 모자를 쓰고 있다면, 뇌파산책이구나 하면 된다.

 

개막식 하루 전이라, 이런 모습이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겠지. 

 

방송의 힘은 참 무섭다. DDP 초창기때, 무한도전에서 외계인 특집을 이곳에서 했었다. 그때부터 여기만 오면 우주선이 연상된다. 더불어 어딘가 외계인이 숨어 있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도시전 전시장에 들어가면, 건축가와 전문가들이 서울과 평양, 양 도시 시장에게 좋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메시지와 그림을 적는 '시장에서 보내는 편지' 전시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14년 뉴욕에서 처음 기획돼 지금까지 세계 15여 개 도시에서 열린 릴레이 전시로, 도시에 대한 담론과 비전을 일반시민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라고 한다.

 

'서울 잘라보기'는 서울을 지하, 평지, 고가, 산지 네가지 지층으로 구분해, 도시 발전 과정에서 축적된 경계들의 여러 맥락을 살펴본다. 낮고 깊게 파고드는 지하층, 높은 밀도의 평지, 빠른 교통과 운송을 위한 고가와 공중 보행로 그리고 개발로 인해 평지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정착한 산지, 이 네 가지 지층이 가지는 새로운 효용은 서울을 단면으로 잘라볼 때 더욱 선명해진다.

 

‘또 다른 공장: 후기 산업형 조직과 형태’라는 20세기 상하이의 산업화 과정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전시물이다. 상하이의 역사 분석, 도시 모델, 건축적 개입으로 구성된 세분야를 기준으로 각 분야에서 드러나는 도시, 경제 정책, 건축 형태, 불법 외국인 노동자, 열린 공간, 기업의 형성 등의 다양한 효과를 추적하여 기록했다고 한다. 의미는 알겠는데, 개인적으로 갖고 싶은 드론, 없는데 왠지 있는 거 같은 착각이 든다. 이럼 안되는데...

 

‘공유재’는 도쿄 야나카의 다양한 지역사회 프로젝트와 지역 내 크고 작은 공동체를 대표하는 80년 된 커피숍, 120년 된 과자가게, 200년 된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 등 다양한 오브제를 선보인다. 커뮤니티와 공유는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을 연결시켜주는 공유재와 함께 등장한다고 한다. 공유는 통합된 것도 아니고 단일한 것도 아니다. 공유는 다양한 층위에서 공존하고 함께 출현한다. 결론적으로 공유는 모든 시민들에게 하나의 통일된 의견을 강요하기 보다, 크고 작은 문제를 매개로 느슨하게 연결된 여러 이해관계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평양살림'은 평양 주민이 사는 아파트를 면밀한 자문을 거쳐 북한에서 직접 입수한 가구와 가전용품, 집기 등으로 채워 평양 주민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다. 평양은 사회주의 국가답게 도시공간의 평등화를 추구하는 소구역계획의 틀을 유지했으나, 2011년 집권체제의 교체 이후 시장경제 체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새로운 양식의 아파트가 평양에도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평범한 시민이 사는 아파트는 아니고, 1%가 사는 아파트란다.

 

50개 도시전 중 평양살림이 가장 인기있는 곳이 될 거 같다. 왜냐하면 평양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지만, 전시장 곳곳에 있는 작은 종이를 한장 한장씩 모으다 보면 멋진 카탈로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단순히 보기만 하는 전시보다는 체험이 포함된 전시가 더 인기있는 거 같다.

 

처음 안 사실인데,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스테인레스 컵과 검은 비닐 봉다리는 기념품으로 받았다. 그리고 평양살림 전시장에서 가져 온 종이를 한땀 한땀 연결해서 만든 카탈로그까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득템한 아이템이다.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프로그램별 일정과 신청 방법 등 자세한 사항은 서울 비엔날레 홈페이지(www.seoulbiennale.org)에서 확인하면 된다. 메인 전시(입장료 9,000원)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라고 한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비엔날레가 끝나더라도, 역사문화마을로 계속 남게 된다고 한다. 북촌, 익선동, 서촌에 이어 돈의문박물관마을도 서울 골목길 명소가 될 거 같다. 11월 5일까지 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초가을에 갔으니, 늦가을이 오는 11월쯤에 다시한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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