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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한일합병 강제조약이 체결된 남산공원 통감관저터에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가 조성된 지 1년, 서울미디어메이트로서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올 봄 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행사에 가서 기억의 터가 있다는 거 알게 된 후, 혼자서 가봤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으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기억을 해야 한다. 그 중에 나도 당근 포함된다. 겨울의 모습이 남아 있던 3월 초에 오고, 8월에 다시 오니 풍성한 나뭇잎들이 어서오라고, 잘왔다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거 같다. 

 

서울시와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조성 추진위원회(위원장 최영희)는 경술국치일을 앞두고 8월 26일(토) 17시,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에서 1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기억의 터는 초등학생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단체 등에 이르기까지 약 2만 명이 3억 5천만 원을 모금해, 2016년 8월 29일 조성된 곳이다.

 

볼때마다 가슴이 저려오는 그림들. 최근에 개봉한 영화 군함도까지, 힘없는 나라를 탓해야 할까? 아니면 잔인무도한 저들을 탓해야 할까? 이것보다는 여전히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그들이 가장 큰 문제인 거 같다. 

 

단순한 기념식이 아니라,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어린 친구들이 많이 왔는데, 나만의 소녀상 만들기, 희망돌탑쌓기, 손거울 만들기 등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기억할 수 있는 시민참여부스가 다채롭게 운영됐다. 

 

작은 돌에 직접 노란 나비를 그려 탑을 쌓고, 할머니께 편지를 써 모빌로 만들고, 한땀 한땀 정성을 드려 소녀상도 만들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글과 함께 예쁜 꽃을 넣어 손거울까지, 이 모든 게 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허투루 할 수가 없었다. 

 

각자의 다짐이나 감상을 적은 후 사진을 찍어 기억하는 다짐 포토존. 기억을 해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에, 여기 온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서 모두다 같은 생각으로 다짐을 했을 거 같다. 

 

위안부였던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과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제증언, 그리고 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대지의 눈.

 

한동안 비가 참 많이 오더니, 이날은 날씨가 좋아도 겁나 좋았다. 어찌나 햇살이 따사 아니 강하고 뜨겁던지, 햇빛을 피하느라 그늘을 찾으며 새까만 모기가 안녕하고 인사를 하고, 그나마 바람이 불어서 견딜 만했다.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사이에는 이상하게 생긴 비석이 하나 있다. 바로 통감관저터 비석으로 특이하게도 거꾸로 세워져 있다. 여기는 일제시대 통감관저터가 있던 곳으로 1910년 한일강제병합조약이 이곳에서 체결되었다. 거꾸로 세운 동상은 1936년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을 받치고 있던 판석이다. 이를 거꾸로 세움으로써 명예롭지 못한 역사를 반성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상의 배꼽으로 가운데 흔들이는 고흥석이 있었는데 없다. 그대신 뭔가 나올 것만 같은 조형물이, 기념식에서 무슨 퍼포먼스를 한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때 사용하려고 만들어 놓은 거 같다.

 

기념식에 참석한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 "할머니, 내년 2주년때, 기억의 터에서 또 만날 수 있도록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길원옥 할머니는 최근에 노래를 발표하고 신인가수가 되었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시민 홍보대사인 기억하는 사람들은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할머니의 인원수와 같은 239명으로, 위안부 문제가 단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 우리 모두의 역사임을 인식하고 이를 알리고 해결에 함께 나서겠다는 시민들로 구성되었다. 기념식이 시작과 함께 모든 사람들이 다 무대로 모였다. 

 

지난 정부때 못된 합의를 한 그네들과 달리,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억의 터를 만든 믿음직한 서울시장.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 입장했다. 

 

몸이 아파 참석하지 못한 기억의 터 최영희 추진위원장 대신 이미경 전 국회의원이 대신 축사를 했다. "위안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며,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다."

 

김복동 할머니는 인사말을 통해, 과거사 문제를 깨끗이 해결함이 먼저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정부와 함께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기억의 힘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원동력이므로 위안부 할머니를 잊지 말고 꼭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기억의 터 홍보대사인 한지민 배우. 힘들어 하는 할머니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부채질도 해주고, 맘씨까지 참 예쁜 배우다.

 

기억하는 사람들 10대, 20대 대표와 한지민 홍보대사의 '할머니와의 약속' 낭독. 가슴이 뭉클해졌던 순간이었다. 일본정부로 부터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 있는 그날까지,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최근에 음반을 내고 신인가수가 된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부르는 고향의 봄. 박자와 음정은 가볍게 무시했지만, 진정성만은 탑 오브 탑이었다. 

 

기념식은 마지막은 아까부터 궁금했던 세상의 배꼽에서 진행됐다. 과연 저 안에서 무엇이 나올까? 모든 참석자라 나비 부채를 흔들기 시작하자,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주 진짜 아주 살짝 유치하긴 했지만, 대형 나비의 등장으로 기억의 터 1주년 기념식은 끝이 났다. 

이제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은 37명으로, 할머니들은 25년을 싸우고서도 아직 진정한 해방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기억의 터가 진정한 해방을 위해, 또한 인권 평화운동을 전개하는 할머니들의 뜻을 이어 앞으로도 시민들의 역사와 교육의 현장이 됐으면 좋겠다. 지난 3월 이곳을 포스팅 했을때, 현재 남아 있는 할머니는 39명이라고 했다. 239명의 위안부 할머니 중 현재 남아 있는 할머니는 37명. 더이상 지체하지 말고, 이번 정부가 완벽하게 해결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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