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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맛 1도 모르는 내가 커피 만화를 보다니, 이건 있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책중에서 가장 읽기 편한 만화책, 거기에 올 컬러까지 읽는동안 지루할틈 없이 재미는 확실히 있다. 그런데 8권이나 되는 만화책을 읽다보면, 아니 1권 첫 에피소드만 읽어도, 지금껏 내가 마셨던 커피는 가짜였던 거 같다. 카페인에 약한 체질이라서, 커피는 무조건 달달하게 오후 2시를 넘기지 않게 하다보니, 진짜 커피 맛을 모르고 살았다.

 

하루에 한잔 정도는 커피는 마시는데, 주로 믹스 커피를 마신다. 왜냐하면 달달하니 마시기 딱 좋기 때문이다. 요즘 뜨는 캡슐이나 액상 커피가 생기면, 커피 2 : 우유 8 비율로 커피맛 나는 우유로 만들어서 마신다. 나에게 있어 커피는 그저 까맣고, 쓰고, 밤에 잠을 못자게 만드는 요물이다.  

 

"대게 봄날이면 산미가 따뜻하고 바디감이 발랄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나 시다모가 어울린다 생각하지만 전 케냐 가투야이니 지역 커피를 좋아합니다. 위시드 방식으로 가공된 생두인데 잘 볶으면 꽃 향에 산미와 단맛이 조화롭고 충분히 꽉 찬 바디감을 맛볼 수 있죠. "

 

커피라는 단어대신 와인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꽃향에 단맛 그리고 바디감까지 살면서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데, 커피가 이렇게나 다채롭고 풍부한 맛을 가졌다니 그저 놀랍고 또 놀랍다. 

 

다른 맛은 모르겠지만, 산미는 안다. 작년에 고흥에 갔을때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마을에서 산미를 느껴봤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를 마셨을때는 그저 쓴맛만 나는 커피였는데, 에스프레소는 전혀 달랐다. 태어나서 처음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사약을 마시는 거처럼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지만, 도전정신을 발휘해서 과감하게 마셨다. 그때 알았다. 아메리카노보다 에스프레소가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는데 더 좋다는 걸. 

 

그 산미의 기억은 그때뿐이다. 커피 맛에 눈을 뜰뻔 했지만, 문제는 맛이 아니라 카페인이다. 커피를 달달하게 또는 우유를 많이 넣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카페인을 줄이기 위함이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보다는 라떼나 카푸치노를 즐겨마신다. 커피전문점마다 투샷을 넣어서 만들어 주는 곳이 있는데, 꼭 이렇게 말한다. "원샷으로 해주세요" 곧바로 "많이 연할텐데요" 늘상 들었던 소리인 듯 "괜찮아요. 연하게 마시는걸 좋아하거든요."

 

커피 한잔 할까요는 단편 이야기를 엮은 만화책이다. 커피에 대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처음에는 감동적인 이야기에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원두, 로스팅, 드립, 더치, 추출 도구 등 전문적인 부분이 나오지만, 스토리에 신경쓰느라 처음에는 대충 읽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고 있다. 한때 와인 만화책인 신의 물방울을 정독했듯이, 지금은 커피 한잔 할까요를 정독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책 속에 나오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다. 커피 맛만 봐도 어느 나라 원두인지 맞출 수 있는 능력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커피 한잔이 있었음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아니라, 책속에 나오는 2대커피같은 진짜 커피전문점을 찾아가야 한다. 거기에 있는 모든 커피를 한번씩은 다 마셔봐야 할텐데, 막상 하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한번은 해보고 싶다. 커피 한잔 할까요의 주무대인 프릳츠라는 카페, 거기 가면 나만의 커피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음미 되지 않는 커피는 마실 가치가 없다." 간편하게 한잔, 졸릴때 한잔, 무의식적으로 그냥 한잔, 술마시고 해장으로 한잔 등 그동안 커피를 너무 홀대했던 거 같다. 그러나 앞으로는 믹스커피 한잔도 소중하게 그리고 향을 느끼면서 마셔봐야겠다. 책에서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고 갈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음이 차분해 진다고 하던데, 이참에 그라인더에 드립퍼까지 풀세트로 장만해볼까나.

 

카페인으로부터 이기게 되는 그날, 커피 한잔 할까요는 단순한 만화책이 아니라, 커피 교과서로 평생 소장할 생각이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진짜 커피 한잔 마시러 프릳츠 본점에나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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