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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곡성에 대한 이미지는 영화로 인해 음침하고 어둡고 무서움이었다. 그래서 곡성으로의 여행을 꺼려했는데, 완전 달라졌다. 이제부터 곡성은 맑음, 아름다움, 청초함, 그리고 화사하고 탐스러운 장미다. 꽃보다는 사람이 아름답지만, 곡성에서는 사람보다 꽃이 더 아름다웠다. 5월의 여왕답게 장미나라로 변해버린 곳, 세계장미 축제가 열리는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이다. 



곡성역은 KTX가 정차하는 곳인데, 아담하니 간이역같다. 이래서 더 기대를 안했는지 모르겠다. 벌써 7회째라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꽃 축제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어, 큰 기대 아니 작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원래 목적은 담양이라, 곡성에서 지인을 만나 담양으로 출발했다. 장미축제 장소가 곡성역 바로 옆이라, 잠시 짬을 내면 충분히 볼 수 있는데도 안갔다.



역에서도 보이는데, 굳이 입장료까지 내면서 갈 필요가 있을까? 고작 저정도만 보고, 판단을 하다니, 정말 어리석다.



그런데 담양에서의 일정이 너무 빨리 끝났다. 기차 시간도 많이 남았고, 곡성역 주변에는 딱히 먹을만한 데도, 갈만한 데도 없다. 어차피 곡성에 왔는데, 장미축제를 안보는 것도 너무 한 거 같아서, 어떠한 기대 하나도 없이 축제가 열리는 섬진강 기차마을로 향했다. 만약 기차표를 앞당겨서 일찍 서울로 왔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3,000원 입장료가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지난주에 왔다는 지인 왈, "축제인데, 20% 개화가 됐을까? 생각보다 별로더라." 이래서 더 더 가기 싫었다. 왜냐하면 올해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가 벚꽃이 피지 않았을때 축제를 했던지라, 여기도 비슷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담벼락에 핀 장미를 보고, 우리 집 앞에 핀 장미와 비슷하군 하면서 여전히 툴툴모드 중이다.



화장실 들어갈때와 나올때가 다르다고 하더니, 장미축제도 툴툴대면서 들어갔다가, 내년에 다시 또 꼬옥~ 오고 싶다 이러면서 나왔다.



일주일이 지났을뿐인데, 축제장은 온통 장미세상이다. 장미, 장미, 장미 온통 장미다.



와~ 꽃 축제가 이런 거구나. 들어가자마자, 숨이 턱 막히더니, 디퓨저, 향수, 방향제 등을 백만개 정도 들이부었는지 장미 향이 장난이 아니다. 인공적인 향이라면 머리가 아프고 멀미가 나겠지만, 자연이 주는 향이라 코가 뻥~ 속이 뻥~ 천국이 따로 없구나 싶다. 



태어나서 이렇게나 많은 장미를 본 적이 있었던가? 정말 난생처음이다. 



여기를 봐도 장미, 저기를 봐도 장미, 장미축제답게 온통 장미뿐이다. 장미가 아닌 꽃도 있는 거 같지만, 전부다 장미처럼 보인다. 



참 탐스럽다. 



장미는 역시 빨간장미가 최고지.



장미는 그저 색깔로 구별했는데, 여기서 보니 장미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인증사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데, 생각해보니 그 흔한 셀카조차 찍지 않았다. 찍는건 참 좋아하는데, 찍히는건 참 어렵다. 



수선화도 장미과에 속하나? 



그저 장미에 취해서 꽃사진만 찍느라 몰랐다. 모든 장미에는 제각각 다 이름이 있는데, 그저 장미, 장미라고만 했다. 



너의 이름은? 슈네비트헨. 각성하고, 꽃과 함께 푯말도 촬영하기 시작했다. 



벌꿀이 아니라 꿀벌이 좋아하는 너의 이름은? 카라멜라. 



너의 이름은? 로사리오.



기찻길 옆 오막살이였는데, 이제는 기찻길 옆 장미다.



너의 이름은? 쇼킹블루.



노래 제목과 같은 너의 이름은? 프리티 걸.



도도한 너의 이름은? 슈테른탈러.



작은데 꽃잎으로 꽉찬 너의 이름은? 골든 보더. 



넌 누구냐? 골트퀴스테.



넌~ 이름이 모니? 에스트리드 린드그렌. 이 많은 장미를 하나하나 다 찍기란 불가능이다. 이름을 불러줘야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겠지만, 너무 많으니 그냥 바라만 봐야겠다.



우리 이제는 장미 꽃길만 걸어보아요~ 



수천만송이 세계명품장미라고 하더니, 완전 실화다.



세계장미축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올라가는 중에 만난 풍차. 



전망대 아래에 무대가 있어, 전경샷이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장미축제를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이정도로 만족.



전망대에 있을때 기차기 지나가길 간절히 바랬다. 그럼 인생사진 한장 남기는 건데, 그런 요행은 나에게 오지 않나보다. 



출입구쪽 전경. 가까이에서 봤을때는 꽃들이 참 예뻤는데, 멀리서 보니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꽃은 멀리에서 보다는 가까이에서 보는게 좋은 거 같다. 



장미축제 기간에 작은 결혼식이 있다고 하던데, 이 길을 둘이 손잡고 같이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나. 평생 기억에 남을 결혼식이 될 거 같다. 



곡성 세계 장미축제 기간은 5월 19일부터 28일까지다.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축제가 끝나도 장미는 사라지지 않을테니, 5월이 다 가기전에 장미 보러 곡성으로 떠나봄이 어떨까 싶다. 내년에는 남들처럼 화관 쓰고, 인생 사진 마구마구 남기고,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꽃길에 꽃터널까지 걸을 수 있을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니깐, 그럴 수 있을 거라고 헛된 희망이라도 품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듯, 잠시나마 딴 세상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젠 영상 편집도 나름 쫌 한다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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