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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안되는데 자꾸만 울고 싶어진다. 대나무 십리길을 걸어서 도착한 그곳, 당연히 있어야 할 울면이 글쎄 없다, 아니 안된단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머리 속에서 내내 외쳤던 울산이니 울면을 포기해야 하다니... 산산히 조각나버린 부푼 꿈을 버리고 선택한 곳, 울산 태화강 근처에 있는 하해밀면이다.

 

원래 계획은 여기였다. 울산이니 울면~ 울산에서 울면~ 그렇게 노래를 불렀건만... 힘들게 걸어서 드디어 도착을 했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종업원이 나왔다. "저희가 브레이크 타임이라서 주문을 받을 수 없어요." 이런 된장~ 

 

오후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인데, 도착한 시간이 정확히 2시 53분. 아직 7분이나 남았는데, 7분만에 사진 찍고 먹을 수......는 없구나. 식사하는 분들이 있긴했지만, 더이상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도리가 없다. "저, 서울에서 이거 먹으려고 진짜 힘들게 왔는데 안될까요?"라고 구차하게 매달리고 싶었으나, 워낙 단호박같은 종업원이라 말 한마디 못하고 나왔다. 

 

이제 뭐먹지? 뭐 먹어야하지? 뭐가 먹고 싶지? 이런 생각들을 해야 하는데,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기만 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곳, 하해밀면. 밀면은 부산인데, 울산에서 밀면이라... 그런데 생각해보니, 밀면을 먹은 적이 한번도 없다. 첫 밀면은 부산에서 먹어야 하지만,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 안으로 들어갔다.

 

소뼈와 양지를 고아 맛을 내는 냉면과 달리 뼈의 양을 줄이고, 감초, 당귀, 계피 등 10가지 이상의 한약재와 천연조미료 등등을 넣어 72시간 끓인 한방육수를 사용한단다. 밀면집이니, 당연히 밀면을 그리고 왠지 부족할 듯 싶어 만두를 함께 주문했다. 

 

편안하게 양반다리를 하고 먹고 싶었지만, 앉으면 일어나는 대신 누울 거 같아서 테이블에 앉았다. 

 

육수도 독특하던데, 면도 참 독특하다. 전통 부산밀면의 맛은 아닌 거 같으니, 진짜 밀면은 부산에서 먹으면 되겠다.

 

냉면집처럼 겨자와 식초가 있구나. 하긴 밀면은 한국전쟁때 메밀을 구할 수 없어,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니, 냉면과 밀면은 이웃이라기 보다는 가족.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 벚꽃구경 중. 울면의 아쉬움을 벚꽃이 달래줬다.

 

비주얼은 정말 딱 냉면이다. 밀면(5,000원)이라면 자고로 하얀 면발인데, 여긴 참 독특하다. 

 

가까이에서 보니, 더더욱 냉면같아 보인다. 살얼음이 동동~ 오이가 잔뜩, 삶은 계란이 떡하니, 그 속에는 양념이 가득,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합쳐 놓은 거 같다.

 

삶은계란을 치우니, 등장한 돼지고기 한점. 개인적으로 딱 싫어하는 맛이다. 푸석푸석한 고기 질감에 살짝 풍기는 육향이라고 해야 맞는데, 솔직히 누린내같았다. 완전히 식은 보쌈고기를 먹었을때 느껴지는 맛과 향과 비슷하다. 

 

냉면과 유사한 듯 싶지만, 확실히 메밀로 만든 면은 아니다. 그렇다고 진정한 밀면도 아니다. 밀면과 냉면, 그 중간 어디쯤인 듯 싶다.

 

밀면을 열심히 탐색 중인데 나온 만두. 4개가 나왔으니, 개당 천원이다. 느낌적인 느낌이다. 물어보지 않았기에 확실하지 않지만, 직접 만든 만두는 아닌 거 같다. 만두 모양이 너무나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른 테이블은 같이 나오던데, 시간차로 나오는 바람에 밀면이 좀 망가졌다.

 

가까이에서 다시 봐도, 손수 만든 만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직접 만든 만두라면, 정말 죄송합니다. 아~ 맞다. 밀면은 밀가루라서 바로 불어버린다고 하던데, 이렇게 만두에 신경을 쓰다가 불어터진 밀면을 먹을 거 같아, 다시 밀면으로 이동.

 

참 양념장을 풀기 전에 육수부터 맛을 봤다, 한약재가 들어갔다고 해서 한약 맛이 나지 않을까 했는데, 계피 맛만 났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양념장을 다 풀어버린 후에 다시 맛을 보니, 계피 맛은 사라지고 달달한 양념 맛만 난다. 그만큼 양념장이 강하다는 의미겠지. 그나저나 면을 먹어야 하는데, 자꾸만 육수만 들이키고 있다. 시원하고 달달한 육수가 갈증해소에 이리도 좋았던가 싶다. 

 

육수를 더 달라고 하고, 면을 먹기 시작했다. 음~ 확실히 냉면과 다르다. 함흥냉면의 탱탱함과 질김은 없다. 뚝뚝 끊어지는 평양냉면의 질감과 비슷하나, 메밀향이 겁나 부족하다. 비빔냉면에 육수를 추가한 듯한 느낌이랄까? 가위가 함께 나왔지만, 굳이 자를 필요없이 잘 끊어진다. 그런데 맥아리가 없다고 해야 하나,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밀면이 원래 이런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부산을 갔어도 왜 밀면을 먹지 않았는지 알 거 같다. 아무래도 밀면은 나와 맞지 않는 걸로 해야겠다. 차라리 막국수와 비슷하다고 하고 싶지만, 그것도 아닌 거 같다. 결론은 냉면은 냉면이고, 막국수는 막국수고, 밀면은 밀면이다. 비슷하다고 똑같지는 않으니깐.

 

만두, 만두, 만두를 잊고 있었다. 그런데 참 익숙한 맛이다. 00왕만두가 생각이 났다. 배가 고프면 다 맛있다고 하더니, 역시 이게 진리다. 이러쿵, 저렁쿵 툴툴대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으니깐.

 

육수 추가 후 폭풍흡입 중이다. 밀면이 내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지금은 엄청 배가 고프니, 먹어야겠다.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서울역에서 울산역까지 그리고 태화강 주변에서 한시간이 넘도록 업무를 보고, 십리대숲을 걷고 또 걸었다. 밀면이 아니라 돌을 줬더라도 맛나게 먹었을 거 같다. 그래도 그럼에도 밀면은 나와 맞지 않다. 만약 울면을 먹었다면, 진짜 행복했을 거 같은데 아쉬움이 크다.

 

밀면을 먹고, 태화강 주변 벚꽃 구경을 하다보니 오후 5시가 거의 다 됐다. 시간도 됐으니 울면 생각이 간절했으나, KTX 시간이 촉박해서 끝내 울면은... 아쉬움이 있어야 또 올 수 있을 거 같기에, 울면은 못 아니 안 먹었다. 울산, 또 갈 수 있겠지. 그때는 문어짬뽕에, 울면에 다 먹어버려야지. 그리고 밀면은 부산에 가더라도 안 먹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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