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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가 일본어로 새라고 해서 닭볶음탕으로 해야 한다. 아니다 도려내다, 도려치다 또는 도리치다라는 순우리말이므로 닭도리탕이라고 해야 한다. 둘 중에 뭐가 맞나고 물어본다면, 후자라고 하고 싶다. 볶음과 탕은 엄연히 다른데, 이걸 묶어서 닭볶음탕이라고 하다니, 먹지도 않았는데 맛없게 느껴지는 단어다. 고로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난 닭도리탕으로 계속 부를 것이다. 닭볶음탕 아니죠, 닭도리탕 먹으러 왔숨다. 전북 전주에 있는 시골촌이다.



얼마전 삼대00 방송에서 전주 닭내장탕을 소개했었다. 이 맛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했다. 내장을 좋아한다면 모를까? 솔직히 맛나는 살코기를 두고 왜 내장을 먹어야 하나 싶다. 닭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러 간다고 하기에, 혹시 내장탕일까 했는데, 휴~ 다행이다. 단체모임에서 호불호가 확실한 음식보다는 누구나 다 좋아할만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법. 닭도리탕을 먹으러 갔다.



테이블도 있고, 안쪽 방에는 단체를 수용할 수 있는 널찍한 방도 있다.



방으로 들어갈때 만난, 주방의 모습. 테이블에 위에 있는 멸치는 아마도 육수용인 듯 싶다. 슬쩍 봤을뿐인데, 때깔이 참 좋았다. 고작 육수를 내는 멸치만 봤을뿐인데, 왠지 기분 좋은 느낌이 팍팍 온다.



소주가 5천원이 될거라고 하던데, 여기는 3천원으로 참 맘에 든다. 그런데 정말 5천원이 되면, 맥주랑 막걸리만 마셔야 하나? 개인적으로 왔다면 목등심을 주문해 구워 먹었을텐데, 단체라 메뉴는 정할 수 없다. 4명을 기준으로 닭도리탕 대(34,000원).



도착하니, 세팅이 다 되어 있다. 즉 기다릴 필요없이, 앉자마자 먹으면 된다. 누군가 젓가락을 들기 전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 일행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해도 되지만, 예술작품을 찍는 것도 아니니 후다닥 담았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먹을때 찍는 음식사진은 스피드가 생명이다.



조리가 거의 다 되어 있는 상태지만, 따뜻하게 먹기 위해 불을 켰다.



밑반찬1. 어묵볶음, 잡채 그리고 배추김치와 감자볶음. 와~ 이정도는 아니고,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이다. 전라남도는 밑반찬 하나도 참 맛깔스러웠는데, 전라북도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밑반찬2. 시금치 나물, 무김치, 가지볶음 그리고 숨이 너무 많이 죽어서 아삭함이 사라진 겉절이. 역시나 평범했다.



뜨끈할때 먹어야 하기때문에 가장 늦게 나왔던 부침개. 역시나 평범했던 부추전이다.



모든 기대는 닭도리탕에 올인. 닭다리가 4개인 걸로 봐서는 두마리인 거 같다. 토종닭인지 아닌지 구별할 줄 모르지만, 서울에서 먹던 닭도리탕에 비해서는 큰 닭을 사용한 거 같다. 새빨간 국물이지만, 그리 맵지 않다. 더불어 간도 강하지 않아, 공깃밥이 같이 나왔지만 굳이 밥이랑 같이 먹을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마무리는 언제나 볶음밥이니, 참기로 했다.



닭도 닭이지만, 양념이 참 좋았다.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그리 달지도 않는 딱 적당한 맛이다. 뜯어먹고, 모가지부분은 쪽쪽 빨아먹고, 퍽퍽한 가슴살은 양념을 과하게 묻혀서 먹고, 4명이 함께 먹으니 뒤쳐지지 않기 위해 사진촬영없이 먹기만 했다. 



개인적으로 닭도리탕에 들어 있는 감자는 거의 먹지 않는다. 고기 먹기도 바쁜데, 굳이 감자를... 이랬는데, 시골촌에서는 감자를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닭도리탕 양념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감자, 또다른 주인공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감자를 공략해서는 안된다. 고기부터 먹기 시작하다가 국물이 자박자박해지면, 지금이닷.


볶음밥 자리를 남겨두고 포만감을 채웠다. 볶음밥 타임이 왔는데, 먹자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설사가상으로 식사를 끝내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왜 공깃밥을 처음부터 줬는지 이제야 알 거 같다. 다시 메뉴판을 보니, 볶음밥이 없다. 원래부터 없는 메뉴였나보다. 남겨뒀던 볶음밥 자리를 다시 고기로 채웠다. 밥을 볶았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원없이 고기를 먹었기에 괜찮다. 전주에 왔으니 당연히 전주비빔밥을 먹겠지 했는데, 너무 뻔한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끝내 전주비빔밥은 못먹었지만, 그보다 훨씬 좋은 닭도리탕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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