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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동으로 알았던 동네인데, 정확한 주소는 고척동이다. 주소가 어떠하듯, 솔직히 중요치 않다. 예전부터 알았던대로, 자주 불러왔던대로, 개봉동에서 벗들을 만났다. 족발로 시작해, 과메기로 깔끔하게 마무으리 하다. 개봉동에 있는 골뱅이 창너머 족발이다.



족발집인 줄 알았는데, 골뱅이도 한다. 그런데 겨울에는 과메기도 한단다. 이번에는 과메기를 못 먹나 했는데,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도와주시는구나. 그런데 문제는 벗들이 족발만 먹을 거 같다. 어찌하면 과메기까지 먹을 수 있을까? 나름 잔머리를 써야할 거 같다.



동네사람들만 찾아오는 작은 술집. 주로 단골들만 오는지, 어서오세요라는 형식적인 인사보다는, 어서와, 많이 춥지, 퇴근하고 오는거야 등등 친구네 집에 온 듯하다. 흐릿하게 처리한 부분에서 오른쪽에 뻘건 아이폰을 들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내가 나오는 줄 모르고 사진을 찍었고, 그리 비싼 초상권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방은 안쪽에 있고, 문 옆에 있는 족발이 있다. 족발을 주문하면, 어디서? 바로 저기서 나온다.



우선 족발 대를 주문했다. 벗들이 술에 비해 안주를 그리 많이 먹지 않아, 과메기까지 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그러나 목표는 과메기이니, 족발을 많이 먹게 하기 위해서는 부어라 마셔라를 해야 할 듯 싶다. 과메기를 만날때까지, 화장실 수십번 가기 기법을 사용해 폭풍 술자리를 피해야겠다. 



콩나물국과 계란찜, 콩나물국은 계속 리필이 되고, 단골이라 계란찜도 한번정도 리필이 되는데, 때가 때인지라 콩나물국만 리필을 했다. 식사메뉴에 콩나물국밥이 있어 그런지, 대충 끓어서 나오는 밍밍한 콩나물국이 아니라, 칼칼하고 시원하다.



잠시 후 나온, 전반전 주인공 족발 대 국내산 앞발이며 33,000원이다. 



전혀 안 먹으면 안되므로, 먹는 시늉은 해야 한다. 그리 썩 좋아하는 음식도 아니고, 과메기 먹을 생각에 더더욱 손길이 안 갔지만, 그래도 먹었다. 족발 한점 올리고, 새우젓국물대신 새우젓만 올리고, 쌈장 찍은 고추까지 올려 아~함. 역시 나랑 족발은 친해질 수 없나보다. 특히 저 두툼한 껍질, 먹기 힘들다.



퍽퍽하다고 족발을 좋아하는 분들이 싫어하는 부위지만, 살코기로 되어 있어 나는 좋다. 깻잎 장아찌와 쌈장 찍은 마늘을 올려서 아~함. 껍질이 없으니 그나마 낫다. 



단골이라서 준다는 김치, 적당한 익어 참 아삭하고 맛깔스럽다. 김치만 단독으로 먹을때는 참 좋았는데, 족발과 함께 먹으니 윽~ 누린내가 올라온다. 왜 족발을 먹을때는 양념이 과한 무김치와 보쌈김치를 주는지 알 거 같다. 양념이 약한 맑고 상큼한 김치는 숨어있던 족발의 고기내음을 쫘악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열심히 달렸더니, 족발은 어느새 왕뼈만 남았고, 대신 초록이가 가득이다. 이때 슬쩍, 과메기 먹을까? 하하~ 통했다. 과메기를 싫어하는 벗이 있었지만, 녹색이 효과로 인해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주문했다. 잠시 후 나온 과메기(25,000원) 참 곱다 고와. 더불어 노란 알배추와 봄동인 거 같은데, 암튼 싱싱한 채소와 함께 참기름을 바른듯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과메기가 등장했다. 생김과 다시마, 파와 마늘, 고추는 기본.



포항을 한번도 간 적이 없는데, 겨울만 되면 그렇게도 과메기가 그립다. 안가는 걸까? 못가는 걸까? 결론은 안가는 거다. 산지에서 먹고 난 후, 서울에서 못 먹는 음식들이 많은데, 과메기까지 거기에 포함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생김 2장을 깔고, 다시마 한장 올리고, 과메기도 한점, 여기에 파와 고추 그리고 초고추장을 가미하면 끝. 맛은 말해 뭐하겠나 싶다. 살짝 올라오는 비릿 아니 과메기 특유의 향과 함께 바다가 입 안에서 춤을 춘다. 좀 전에 족발에서 누린내 난다고 했는데, 과메기는 누린 아니 향이 안나면 서운하다. 쌈으로 먹기 전, 과메기만 장에 찍어 먹었는데, 특유의 바다향이 참 좋다. 누군가에는 비린내이지만, 나에게는 바다향이다. 


"넌 육고기는 비계에 내장은 절대 못 먹으면서, 물고기는 어쩜 그리 잘 먹니." 이런 말 참 자주 듣는데, 왜 그런지 솔직히 모르겠다. 육고기는 살코기만 좋아하는데, 물고기는 살에 껍질에 내장 그리고 대가리까지 없어서 못 먹는다. 까칠함에 더하기 특이한 식성이다.



생김도 좋지만, 채소 상태가 워낙 좋으니, 배추도 좋고, 봄동 좋고, 암튼 과메기라서 다 좋다.


겨울이 오면, 연중행사로 충무로에 있는 그곳에 갔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지직송 과메기를 만났으니, 앞으로는 가까운데로 가야겠다. 여기서 2월까지 과메기를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두어번 더 가야지. 그리고 다음에는 싫어하는 족발대신 골뱅이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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