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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중요성이 이리도 큰 줄 몰랐다.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찾아갔는데, 멀더라도 원조집으로 갈 거 그랬다. 아들이 하는 곳이 아니라, 어머니가 하는 곳으로 갔다면, 그 맛이 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전북 익산에 있는 황등국밥집 익산본점이다.



익산에 갈 일이 생겼다. 우선 일부터 잘 마무리하고, 다음 코스는 먹고 싶었던 그 곳이다. 익산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육회비빔밥. 굳이 찾아갈 맘은 없지만, 왔으니 아니 갈 수 없는 법. 그런데 선택을 해야만 했다. 황등시장에 있는 시장비빔밥이 원조인데, 거기까지 가서 육회비빔밥을 먹고, 익산역으로 다시 와서 KTX를 타려고 하니 시간이 살짝 부족하다. 다시 예매를 하려고 하니, 차편도 없고 어쩐다. 그러다 블로그 이웃인 9jung님 글이 생각이 났다. 익산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분점이 있다고 했었는데...


아들이 한다는 황등국밥집 익산본점. 방송에서, 블로그에서 본 그 곳과는 많이 다르다. 진한 사람내음이 나는 그런 곳이어야 하는데, 여기는 그냥 식당이다. 멀더라도 어머님이 한다는 황등시장으로 갈 거 그랬나 싶다. 그래도 맛은 똑같겠지 하는 맘으로 들어갔다.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나왔다는 인증사진. 하긴 나도 방송을 보고 알게 된 곳이니, 방송에 나온 식당에 대한 불만, 이번에는 못하겠다. 



어머님이 한다는 곳과 달리, 아들이 하는 곳은 우선 깨끗하고 넓고 현대식이다. 이중 가장 맘에 든 곳은 화장실. 개인적으로 전통시장을 좋아하지만, 화장실은 쫌 거시기한 면이 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급한 용무부터 해결을 한 후에, 자리에 앉았다. 늦은 오후라서 손님은 나뿐이다. 혹시 브레이크 타임이면 어떡하지 했는지, 괜찮단다. 



메뉴판을 봐도, 어차피 결론은 육회비빔밥이다. 



넓다란 솥은 그곳과 같지만, 점심 장사가 끝나서 그런지 뭔가 허전해보였다. 역시 밥도 제때 먹어야 하나보다. 



잠시 후에 나온 육회비빔밥(8,000원)과 함께 나오는 선짓국. 



밑반찬은 배추김치와 깍두기, 고추 그리고 쌈장과 새우젓이다. 양념이 충분히 되어있는 육회비빔밥이라, 굳이 반찬까지 더해서 먹을 필요는 없다. 새우젓은 선짓국에 넣어 먹으라고 준 거 같은데, 충분히 간간한데 굳이 간을 더할 필요는 없다.



육회비빔밥을 주문하면 나오는 선짓국. 알싸한 후추향이 코끝을 간질간질.



서비스임에도 커다란 선지가 두덩어리나 들어 있다. 따로 공깃밥을 주문해서 말아먹고 싶었지만, 육회비빔밥을 먹어야하므로 참았다.



선지 상태는 좋아 보인다. 후추를 과하게 넣지 않았어도 잡내가 나지 않았을 거 같은데, 개인취향에 따라 후추는 알아서 넣게 해주면 더 좋았을뻔 했다. 선짓국을 한숟가락 먹으니, 이건 녹색이를 아니 마실 수 없게 만든다. 인간적으로 한번은 참아보기로 했다. 결국 참지 못했지만...



기존에 봐왔던 육회비빔밥하고는 전혀 다른 육회비빔밥이다.



맨밥 위에 고명을 올리고, 중앙에 육회가 들어있는 육회비빔밥만 먹었는데, 이건 많이 다르다. 육회에도 밥에도 양념이 되어 있다. 보자마자 든 생각, 간이 강하지 않을까? 밥이 그나마 어설프게 양념이 되어 있어 보이니, 육회가 간이 강하더라고 비비면 괜찮을 듯 싶었지만 결과는 간이 너무 강했다.



육회를 걷어내면, 선짓국에 토렴이 된 밥이 나왔다. 토렴이 맛의 비결이라고 방송에서 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간이 강하다보니, 맛의 비결을 찾을 수 없었다. 누구처럼 맛의 비결을 찾을 수 있는 미각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그냥 먹기로 했다.



육회에 토렴이 되어 나온 밥을 잘 비벼주면 육회비빔밥 완전체가 된다. 육회만 먹었을때 간간했다. 토렴이 되어 나온 밥이라 밥도 간이 되어 있다. 둘을 한데 섞으니 짜다 그리고 너무 달다.



선짓국에서는 잘 참았는데, 간이 강한 육회비빔밥을 먹으니 참을 수가 없다. 반주를 곁들어야 그나마 짠맛과 단맛을 잡을 수 있을 거 같기 때문이다. 지역에 가면 그 지역 녹색이를 마셔야 한다. 전라남도는 잎새주이던데, 전라북도는 하이트란다. 



육회비빔밥인데, 육회가 아닌 다른 고기가 들어가 있다. 느낌적인 느낌상 내장부위인 거 같은데, 토렴을 하던 중에 들어갔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욱회에 포함되어 있던 것일까? 섞어서 먹으면 느껴지지 않지만, 단독으로 먹으니 살코기와는 다른 맛이 느껴졌다.


개취향으로는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청담동 새벽집의 육회비빔밥이 더 좋은 거 같다. 만약 현대적인 분위기의 익산본점이 아니라, 황등시장내 그 곳이었다면 조금은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장소가 주는 맛이 있는데, 그 부분이 느껴지지 않으니 양은냄비가 아니라 프라이팬에 라면을 끓어서 먹은 거 같았다. 서울이든, 지방이든, 방송에 나왔다면, 서울은 20%만 믿고, 지방은 40%만 믿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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